◆…재형저축이 첫 출시된 지난 6일,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이 고객에게 상품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다. 사진: 김용진 기자
"인터넷으로 소득 증명서를 뽑으려고 했더니 접속이 안 돼 결국 직접 왔어요."
재형저축이 첫 출시된 지난 6일, 전국의 세무서는 북새통을 이뤘다. 재형저축에 가입하려면 연봉이 5000만원 이하이거나 사업소득이 3500만원 이하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발급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해 이후 입사한 신입 사원들은 재형저축에 가입할 수도 없었다. 올해 6월 이후에 국세청에서 소득 증명서를 발급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6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이날 하루 동안 27만9180명의 재형저축 가입자를 유치했다. 가입 금액은 198억3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상당수 영업점에서는 소득 증명서를 두고 혼선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 인터넷으로 출력할 수 있는 소득 증명서 발급 서비스에 수십만명이 접속했고, 각 지역의 세무서에 직접 방문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은행 영업점에서도 소득 증명서 발급과 관련한 문의 전화가 끊임없이 울렸다.
시중은행 영업점에 근무하는 A씨는 "재형저축 가입 용도의 소득 증명서가 따로 있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이를 잘 알지 못해 은행원들이 대신 받아주려고 쉴 새 없이 세무서에 다녀왔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국세청은 기획재정부 동의를 받아 회사에서 발급되는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도 가입 서류에 포함시켰다.
앞으로 재형저축에 가입하려면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은 오는 6월 31일까지만 적용된다.
이처럼 재형저축 가입 첫날 혼란이 일어난 것을 두고 은행권 홍보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높은 금리를 내세우거나 사은품을 제공하면서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지만, 가입 시 필요한 구비 서류나 자격 조건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리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H시중은행의 재형저축 가입 안내문과 문자메시지를 보면 '이자 소득세 비과세 상품, 18년 만에 출시, 월 10만원 이상 가입하면 다양한 서비스를 드립니다'고 홍보하면서, 정작 가입 서류 등에 대해서는 언급돼 있지 않다.
은행들의 과당경쟁도 과열을 초래했다. 은행들은 이날 하루 동안 영업점 1곳당 100개 안팎의 목표를 세우도록 하고 무리한 가입 유치를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초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에서 먼저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재형저축이 화제가 되자 나머지 은행들이 가입자 선점에서 실패할 것을 우려해 서둘러 출시했다"며 "출시 1주일 전인 지난달 27일 은행권이 재형저축 표준 약관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통상 금융 상품 표준 약관은 10일 정도 심사 기간을 거쳐 출시되지만, 은행들이 급하게 서두르느라 출시 1주일을 채 남겨 두지 못하고 표준 약관을 제출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