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공제 시 수수료 볼륨 확대로 증권업 침체 탈출
장기 투자 정착되면 기업 자금 공급 원활·경제 활성화
증권거래세 유입으로 상쇄 효과…세수 감소 우려 없어
끝 모를 증시 침체와 수익성 저하로 금융투자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10년 이상 장기 펀드의 소득공제 허용을 추진하다가 실패했지만,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은 향후 법안이 재추진될 것을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
장기 펀드 소득공제가 다시 추진될 경우 재테크와 세제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인과 사업자 등 근로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을 전망이다.
□ 근로자 재산 형성·증시 활성화 '일석이조' = 금융투자업계는 장기 펀드 소득공제가 근로자들의 재산 형성은 물론 침체된 증시의 활성화를 이룰 수 있는 '일석이조'의 해법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지원부장은 "소득공제가 된다면 물론 긍정적"이라며 "세제 혜택이 있으면 가입자가 증가하고 자산운용사의 수수료 수익도 더 늘 수 있어 양측 모두에게 이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창석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부 차장은 "세제 혜택이 있는 금융 상품이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장기 펀드 소득공제는 '가뭄에 단비'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특히 자산운용업계는 장기 펀드 소득공제가 위축된 펀드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자산운용사들의 실적은 급격하게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0년(회계연도) 3551억원에서 2011년 3052억원으로 급감했다. 1년 만에 498억원(14%)이 줄어든 것.
지난해 상반기에는 2048억원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동안 펀드 관련 영업수익도 감소했다.
영업수익은 1조5896억원에서 1조5193억원으로 703억원(4.4%) 줄었다.
또한 운용 보수는 2010년 1조1767억원에서 2011년 1조777억원으로 8.4% 감소했고, 수수료 수익은 3015억원에서 3140억원으로 4.1%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수익은 7464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운용 보수와 수수료 수익은 둘 다 7.5%, 4.5%씩 줄었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장기 펀드 소득공제가 도입되면 펀드에 대한 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며 "업계 전반적으로 대대적 마케팅과 상품 출시 등의 열풍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투기 조장 우려? "장기 투자, 기업에 저축하는 것" = 반면, 장기 펀드에 소득공제를 허용할 경우 자본시장에 대한 투기를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증권가는 '장기 투자'를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장기 펀드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기업에 자본으로 투자돼 기업 경영의 건전성을 확보하며 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금융 산업 측면에서도 외국인의 영향력을 축소시켜 우리 자본시장의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은 32.9%에 달한다. 펀드를 포함한 기관투자자의 시가총액 비중은 16.2%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장기 펀드를 통해 국내 자금이 자본시장에 유입되면 외국인 및 대외 변수에 의존하는 한국 증시의 만성적 변동성을 축소할 수 있다"며 "기업에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면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장기 펀드가 돈이 있는 자산가를 위한 세제 지원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불입액을 연간 600만원 이하로 한정해 수십억원을 가진 거액 자산가가 관심을 가질 상품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장기 펀드의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만큼 재산 형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장기 적립식 펀드는 오랜 기간 주식이 매입되면서 매수 단가가 평균화돼 손실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통계적으로 보면 5년 이상 투자한 경우 원금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금융소비자리포트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의 연금저축펀드(주식형, 혼합형)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98.05%를 기록해, 은행의 연금신탁(39.76%), 연금보험(39.79%)을 뛰어넘고 있다.
□ 세수 감소? 증권거래세 유입으로 '상쇄' = 정부의 복지 재원 마련이 시급한 때에 장기 펀드 소득공제가 자칫 세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도 증권가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
소득공제 혜택에 따른 세수 감소는 주식거래의 증권거래세 유입과 법인세 증가로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다는 것.
금융투자업계는 소득공제 혜택에 따른 세수 감소가 최초 1년차에 최대 653억원 발생할 수 있으나, 7년 후부터는 증권거래세 유입으로 순(純)유입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금융기관의 수수료 수입 증가로 법인세 증가 효과를 고려할 때 실질적인 세수 감소는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연도별 세수 유출·유입 추이를 비교한 결과 첫해에는 653억원의 세수 유출이 발생하지만 7년 후 순유입으로 전환된 뒤 이후에는 세입이 세출을 뛰어넘는다. 또 이를 10년 간 평균화하면 연간 세수 유출은 135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변액보험 시장 규모가 지난해 9월 기준 75조원에 달하고 여기에 예상 수익률을 4%로 적용할 경우 비과세 규모가 연간 462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에 비해 장기 펀드 소득공제에 따른 연간 135억원의 세수 유출은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