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형저축 경쟁 과열…금감원, '만원 통장' 해지 경고

은행권의 재형저축 유치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 감독 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재형저축 가입 최소 금액인 1만원만 입금된 통장들을 해지하도록 한 것이다.

10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앞으로 가입 금액 1만원의 재형저축을 해지하고, 가입 서류의 확인 등을 강화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의 재산 형성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재형저축이 은행들의 과당경쟁으로 치닫을 경우 오히려 불완전 판매 등의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재형저축 판매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재형저축이 7년 이상 유지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기' 상품이기 때문.

재형저축은 중간에 다른 은행으로 계약 이전이 안돼, 은행들은 7년 동안 가입자를 주(主)고객으로 이용할 수 있고 신용카드 및 대출 등을 추가로 유치할 수 있다.

하지만 상품 구조 등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무작정 이뤄지는 '묻지마' 가입으로 무리한 경쟁이 자행되는 상황이다.

특히 일부 은행원들은 스스로 사비를 입금해 가족이나 지인 명의의 '만원짜리' 통장을 만드는 일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른바 '자폭통장'으로 불리는 가입자 유치 경쟁이 금융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자폭통장은 직원들의 실적 압박을 키우고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마케팅 비용 증가 등 은행의 경쟁력을 훼손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금감원은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예금이나 적금 통장 등을 KPI(경영 평가)에서 제외하는 등 감독을 강화해왔다.

앞으로 금감원은 재형저축 가입 현황을 살펴보고, 가입 금액이 적으면서 가입 계좌 수만 많은 은행들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러한 경쟁이 직원들의 심적 압박을 키우면서 은행의 발전에 도움이 안되는 것을 알지만 고객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