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권이 재형저축 유치전(戰)에 한창입니다.
지난 6일 16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들이 재형저축을 한꺼번에 출시하면서 가입자를 한 명이라도 더 붙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영업점 직원뿐 아니라 본점의 임직원들마저 나서 가족, 친척, 지인의 지인까지 동원하는 분주한 모습도 보입니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재형저축 출시 첫날, 가입자 수는 28만명에 육박했습니다.
소득 증명서를 발급하는 국세청에서는 이날 하루 동안 전화와 인터넷이 마비되는 소동도 벌어졌습니다.
이처럼 경쟁이 과열되자, 이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재형저축은 저소득층(연봉 5000만원 이하의 회사원 및 소득 3500만원 이하의 사업자)의 재산 형성을 돕기 위해 정부 주도로 만들어졌지만, 은행들이 과당경쟁을 할 경우 자칫 불완전 판매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또 은행의 실제 실적이 되지 않으면서 마케팅 비용이나 노동력을 훼손시켜 장기적으로 볼 때 은행의 건전성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은행원들은 주어진 목표 실적을 채우기 위해 가입 서류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일단 가입부터 시키고 보는' 무리수까지 감행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영업점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친구들에게 전화로 허락을 받아 통장을 개설하고, 사비를 털어 만원씩 입금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경쟁에 금융 감독 당국도 제동을 거는 모습입니다.
금감원은 재형저축이 출시된 첫 주, '만원짜리 재형저축을 해지하라'고 은행들에 통지했습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상품 구조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무작정 가입할 경우 나중에 민원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은행들 실적에서 가입 금액이 적으면서 계좌 수만 많은 경우 이러한 만원짜리 통장이 대부분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비슷한 비과세 저축이었던 장기주택마련저축도 이러한 '묻지마' 가입이 횡행했습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은행의 이러한 '자폭통장'이 금융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며 금감원이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러한 경쟁은 직원들의 심적 압박을 키우고 은행의 발전에 도움이 안되는 것을 알지만 고객을 확보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