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대변인 "인사 심려 송구"…비서실장 사과문 '대독'
청와대가 30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6차례나 반복된 인사 실패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야권은 이를 두고 "국민을 졸(卒)로 보는 나쁜 사과", "진심없는 기만"이라고 즉각 비판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새정부 인사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 인사위원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허태열 비서실장의 사과문을 대독했다.
허 실장은 이어 "앞으로 인사 검증 체계를 강화하여서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출범을 전후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박근혜 정부의 주요 공약인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이끌어갈 주요 부처의 수장들이 줄줄이 낙마해왔다.
사퇴 이유도 아들의 병역 문제나 증여세 탈루 등 고전적인 이유부터 CIA 연루설과 성접대 의혹, 해외 계좌를 통한 역외탈세 의혹까지 등장하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높아졌다.
이에 야권은 박 대통령의 사과와 민정수석의 교체, 인사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주문해온 바 있다.
때문에 청와대의 이번 사과가 대부분의 국민들이 휴식을 취하는 토요일 오전, 새누리당의 인사 문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 고위 당정청 워크숍이 열리기 직전에, 비서실장의 사과문을 대변인이 대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에 대해 야권에서는 즉각 비난이 쏟아졌다.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청와대가 초유의 인사사고에 대해 사과하지 않겠다는 오만함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대변인이 비서실장의 사과문을 대독한 것은 또다른 오기"라면서 "박 대통령은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고 비서실장, 민정수석에게 인사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김행 대변인의 사과 대독에 대해 "진심없는 대독"이라며 "주말을 이용해 사과한 것도 그렇지만, 인사실패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사과문 대독으로 넘어가려는 행태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트위터를 통해 "인사 참사에 대한 청와대 비서실장의 대국민사과 대변인 대독발표는 국민을 졸(卒)로 보는 나쁜 사과"라며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인사라인의 문책·해임이 국민의 마음을 달래고 41%의 지지도를 만회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도 "박근혜 정부에서 사퇴한 고위직 인사만 인수위 시절을 포함해 8명이며, 일인독재 인사시스템의의 총책임은 박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면서 "그럼에도 허태열 비서실장 명의의 김행 대변인이 대독한 사과문에서는 박 대통령의 진심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홍 대변인은 "거듭되는 인사사고 앞에서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비판적 목소리가 터져나오자 이날 2시로 예정된 당정청 회의를 앞두고, 주말 오전에 급하게 발표한 사과문은 국민에 대한 사과라기보다 새누리당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면서 "국민은 박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