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포괄주의 9년…손놓은 기재부·국세청 질타
지난 2004년 상속제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에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적용된 이후 9년이 지났는데도, 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등 편법 증여에 대한 증여세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감사원이 단속에 나섰다.
감사원은 10일 '주식변동 및 자본거래 과세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전환 이후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을 대상으로 과세 실태를 점검한 결과, 소극적 법 운영으로 증여세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최근 여러 차례 지적된 대기업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 등 편법적 부의 이전에 대해 국세청에서는 관련 법령에 증여시기와 증여이익 산정 등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에서는 국세청이 사실 판단할 사항이라며 서로 과세와 대처를 미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감사원은 "이런 가운데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일감몰아주기와 내부정보 이용 주식거래를 이용한 부의 이전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해왔다"고 밝혔다.
2001년 2월 A그룹 최대주주와 그 아들은 비상장법인 B사를 설립한 후 B사에 계열회사의 물류관련 업무를 몰아주는 방법으로 재산을 이전해 아들의 출자액 20억원은 2조원의 주식가치로 100배 성장했다.
다른 C그룹은 비상장법인인 D사를 소유하면서 D사의 인건비와 유지보수지를 높게 책정해 IT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적인 부를 획득했다.
E그룹은 최대주주의 자녀 등이 비상장법인 F사를 설립한 후 그룹 계열사가 직영하던 영화관내 매장을 L사에 저렴하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총 1000억원 이상의 재산을 간접적으로 이전했다.
감사원은 국세청장에게 상증법에 예시되지 않은 직계비속 등이 설립한 비상장법인과의 거래나 특수관계자의 기여에 의한 재산가치 증가 등으로 세금 없이 부를 이전받은 B사 등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또 상증법에 예시되지 않은 새로운 유형의 편법 증여 행위에 대한 실태 파악을 통해 완전포괄주의 집행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토록 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는 상증법 2조에서 정한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판단되는 행위에 대해 증여시기와 증여이익 산정 과정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집행에 혼선을 주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보완토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