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재오 원내총무를 비롯해 박원홍, 남경필, 이주영, 이병석, 김영춘, 임태희, 고흥길, 이원창, 박종희 의원 등 10명이 서울지방국세청을 방문, 언론조사와 관련 자료수집과 조사활동을 시도했으나 손영래 서울청장은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
손청장을 대신해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의 방문상황을 맞은 진병건 서울청 납세지원국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손청장 출석요구에 "손청장은 12일부터 부가가치세 확정신고 상황을 점검하기위해 일선 세무서를 방문중에 있으나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는 말만 되풀이.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화가 난 이병석 의원은 "만약 청장이 찾는데도 서울청장이 연락이 안 될 수도 있는가? 공무수행중인 서울청장이 연락이 안된다는 것은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며 "솔직히 연락은 되는데 혼자 결정하기 어려워 고민중이라고 해야 맞지 않냐"고 다그치기 시작.
11시 50분경. 서울청장이 나타날 기미가 없자 남경필 의원과 이병석 의원은 14층에 있는 국세청장실에 항의 방문을 시도. 그러나 14층에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아 11층부터 계단으로 올라갔으나 문이 잠겨 8분여간 진퇴양난의 모습을 연출. 수행하던 진병건 국장이 경비원에게 전화를 하여 출입문을 개방할 것을 지시했고 문이 열려 청장실에 도착했을 때는 안청장은 자리를 비운상태. 의원들은 "1분전 식사하러 나갔다"는 통보만 접수. 의원들은 "청장 빼돌리기가 흡사 007영화를 방불케 한다"며 허탈.
12시가 넘자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취재기자들은 국세청 인근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했지만 의원들은 도시락을 주문해 가며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자세로 일관.
1시가 다 되도록 주문한 도시락이 도착하지 않자 이병석 의원은 "총무님 우리는 밥 안 먹습니까"하고 묻자, 이재오 원내총무는 "본의 아니게 단식농성을 하게 됐다"고 답해 주위의 폭소를 자아내게 하기도.
이때 다급하게 뛰어든 서울청 한 관계자가 "신나게 달려오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순식간에 장내가 조용해지며 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손청장 찾았나?"라고 묻자, 이 관계자는 "도시락이 신나게 달려오고 있습니다"라고 해 장내는 다시 한번 웃음바다.
잠시후 이병석 의원이 들어오며 "왔다 왔어"라고 하자 사진기자들이 출입문쪽으로 우르르 몰려들어 잠시 혼란을 연출. 이 의원은 "도시락이 왔어"라고 장난기를 발동한 것. 그러나 10분이 지나도록 도시락이 오지 않자 이재오 총무는 "이병석 의원도 거짓말하네"라고 말하자 이 의원은 "저도 전염됐나 봅니다"고 답해 연이은 폭소를 터뜨리는 등 한바탕 희극을 연출.
1시5분이 돼서야 도착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운 의원들은 "김치 없나?"를 연발하며 최근 세계적으로 공인을 받은 김치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
식사후 지루한 기다림의 끝에 2시 55분 의원들은 손청장의 출석과 오전에 요구한 손청장 차량운행일지와 주간일정 등 자료요구가 이행되지 않자 소회의실에서 비공개 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
3시10분경 긴급회의를 마친 이재오 원내총무는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용서할 테니 빨리 손청장을 데리고 오라"며 "그래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러한 무례한 처사는 8월 임시국회에 진념 경제부총리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만한 사안"이라고 말하고 서울지역 의원들을 총동원할 것을 시사.
3시30분 박종희 의원은 "6시간동안 관서장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중대한 사건"이라며 "이는 직장이탈 내지 직무유기가 아니냐"고 따지며 직접 손청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불발.
이어 진국장은 의원들 앞에서 금일 손청장은 오전 8시30분 출근 후 10시20분 일선세무서 순시를 위해 서울청을 떠나 오후 2시까지 강동세무서와 송파세무서를 방문했으며 그 이후는 연락중이나 소재파악이 안 된다고 보고.
그러나 손청장의 이날 일선 순시는 오후에도 이어져 강북지역 소재 세무서를 강행군 한 것으로 확인.
4시40분 긴급 소집한 의원중 제일 먼저 도착한 신영국 의원은 바로 곽진업 차장을 찾아가 30여분간 독대한 후 같이 회의실로 향했고, 곽차장을 보자마자 따지는 의원들에게 곽차장은 "죄송합니다만 순시 중이어서 일부러 전화를 안 받는 것 같다"며 연신 사과.
5시30분 곽차장이 나간 후 신영국 의원은 "미아신고를 내야 된다" 이재오 총무는 "실종신고다" 이원창 의원은 "납치됐는지도 모른다"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다시 들어온 진국장을 보고 의원들은 "오늘 여기는 우리가 지킨다"며 "오늘 직원들은 정시 퇴근하고 세금도 우리가 걷을 테니 다 가라"고 호통.
의원들은 요구한 자료도 제출되지 않고 진국장의 '연락이 안된다'는 대답만 되풀이되자 "왜 진국장이 남아 있는지 알겠다"며 "사오정처럼 이것 달라하면 저것 주고 똑같은 말만 하니 답답하다"며 가슴을 치기도.
오후 6시를 전후해 지원나온 김용균, 이인기, 오세훈, 현승일 의원이 합세해 다시금 활기를 찾는 듯 했으나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자 의원들은 초조한 기미가 역력.
7시가 다되어 가자 지친 의원들은 다시 회의를 갖고 "진념 부총리가 손영래 서울청장의 참석여부에 대해 전화하기로 했으나 끝내 연락이 오지 않아 철수한다"고 성명을 발표, 이로써 '희대의 희극'으로 기록될 만한 8시간동안의 한나라당 의원들과 손영래 서울지방국세청간의 '술래잡기'는 일단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