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노믹스, 첫판부터 '미수몰빵'…15.8조 '빚' 추경

'미수몰빵'. 흔히 말해 주식시장에서 자신이 가진 원금에 더해 빌린 돈으로 한 종목에 모두 투자하는 방식이다. 투자에 성공하면 원금만 투자하는 것에 비해 몇 배 이상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남의 돈을 빌려 쓴 대가는 상당하다. 주가 하락으로 하루만에 깡통 신세가 될 수 있는 고위험 투자방법으로서, 미수몰빵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빌린 돈으로 과감한(?) 투자를 감행해 빚더미에 앉은 투자자들을 주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총 17조3000억원에 달하는 추가경정 예산안을 편성했다. 정부 차원의 재정지출을 확대, 민생안정과 경기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추경예산 재원의 대부분은 '나라빚'인 국채발행으로 조달한다. 경제회복을 담보로 총 15조8000억원 가량의 국채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추경예산 편성으로 재정수지는 악화되고, 국가채무는 불어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채발행으로 인해 GDP 대비 재정수지는 -0.3%에서 -1.8%로 악화되고, 국가채무도 34.3%에서 36.2%로 1.9%p나 증가한다.

정부도 추경 재원을 국채로 조달할 경우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단기적인 재정악화에 불과하며, 향후 정부지출 증가율을 세입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는 등 재정지출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나라빚을 갚기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정비 등에 박차를 가해 추가적인 세입확충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 계획대로 국채를 갚는데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계속되는 저성장으로 이미 지난해 국세수입이 예산안을 밑돌았고, 올해도 2년 연속 세입 펑크가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세입확충은 녹록찮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통해 증세 없는 재원마련을 달성할 계획이지만,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축소로 마련하는 돈도 결국은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세금을 거둬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 향후 5년간 저성장 계속…"세입확충 어렵다" =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세계경제 자체가 저성장 모드"라며 "적어도 5년은 그럴 것 같다"고 밝혔다.

현 부총리는 올해 상반기에도 한국경제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고, 세계경제 자체가 저성장 모드로 접어든 상황에서 각종 경기부양 정책을 마련해도 성장률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면 당연히 정부의 세수입도 줄어든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득·소비 감소로 정부가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이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0%까지 곤두박칠치며, 국세수입도 당초 예산인 205조8000억원 대비 2조8000억원이 부족한 203조원에 머물렀다.

올해도 경제성장률이 2.3%에 머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세수입도 당초 정부가 전망한 216조4000억원에 비해 6조원 이상 펑크날 전망이다.

최근 경제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2011년 2/4분기 이후 사상 최초로 7분기 연속 전기 대비 성장률이 0%대에 머무는 등 한국경제가 좀처럼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부채 규모가 많은 편이 아니지만 문제는 올해 성장률이 떨어져서 장기적으로 4∼5%대 성장을 계속하기 어렵다"며 "정부지출 확대로 성장을 떠받치려면 장기적으로 재정부담 및 국가신뢰도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축소…"결국은 국민 세부담↑" = 정부는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조기에 회복시키기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정노력 강화와 비과세·감면 축소 등을 통해 지속적인 세입확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채발행으로 늘어난 '나라빚'을 갚기 위해 증세로 손쉽게 재원을 마련하기보다는 조세정의 및 공평과세 실현을 위해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등 불법탈세행위를 근절하고, 비효율적인 비과세·감면 제도를 대폭 손질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축소로 마련할 돈도 결국에는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과 기업들을 쥐어 짜내 세수를 확보할 경우 뒤에 따르는 조세저항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인천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은 "지하경제 양성화가 증세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걷는 것은 똑같다"며 "경제가 어려우면 지하경제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정부가 계획만큼 세수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쓸 돈도 많은데, 빚은 언제 갚나?" = 출범부터 15조8000억원의 빚을 안게 된 박근혜 정부는 복지공약 등을 이행하기 위해 써야할 돈도 상당하다.

이미 임기 5년 동안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데만 135조원에 달하는 추가재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국채를 갚는데 쓸 돈을 마련하는 일이 만만찮은 이유다.

과세당국을 중심으로 세입확충에 노력할 방침이지만 민생안정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다수의 세제지원 신설·확대 방안도 마련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속 조세분야 과제를 살펴보면 가업상속지원 강화, 엔젤투자 소득공제 확대, R&D 조세지원 확대, 근로장려세제 적용대상 확대 등 기존 세제지원을 강화하거나 늘리는 방안이 다수 포함돼 있다.

사회서비스산업 세제지원, 렌트푸어 지원, 자녀장려세제, 문화예술 조세지원, M&A 세제지원, 재기중소기업인 재창업 세제지원, 임대사업자 세제지원 등도 추진할 계획이어서 세금을 거둬들이는 만큼 나갈 돈도 상당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을 통한 부양은 단기적 효과"라며 "정부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추가적인 세원확보를 해서 재정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