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초기부터 장기화된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결국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을 위해 총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편성하기로 했다.
이번 추경예산은 IMF 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에 마련된 '슈퍼추경'에 버금가는 역대 최대 규모로, 최근의 경기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에 필요한 실탄으로 사용된다.
정부는 16일 오전 서울시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을 위한 2013년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정부는 이번 추경예산안의 규모를 17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구체적인 추경 규모는 경기부양을 위한 세출확대 5조3000억원,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감소 보전분 12조원 등이다.
세출확대 부분의 경우 국회 의결 없이 정부가 자체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약 2조원 가량의 기금사업도 확대하기로 결정, 실제 추경예산 규모는 19조3000억원에 달한다.
세입경정 추경 12조원은 지난달 발표한 201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만에 0.7% 하향조정한 2.3%로 끌어내림에 따른 국세 세입감소분 6조원, 산업은행·기업은행 지분매각 지연 등 세외수입 감소분 6조원 등을 메우기 위한 조치다.
일단 정부는 추경 재원을 한국은행 잉여금 2000억원, 세출감액 3000억원, 세계잉여금 3000억원, 기금 자체재원 활용 등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보유한 쌈짓돈이 전체 추경 재원에 턱없이 부족한 만큼, 나머지 15조8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은 전액 '나라빚'인 국채를 발행에 충당할 방침이다.
추경 편성으로 정부의 올해 총지출 규모는 당초 예산안 342조원보다 7조원 늘어난 349조원으로 증가한다. 반면 총수입은 본 예산안 372조6000억원보다 11조8000억원이나 급감한 360조8000억원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16조원에 달하는 국채발행으로 우리나라 재정수지는 당초 -4조7000억원에서 -23조4000억원으로 급속히 악화된다. GDP 대비 재정수지도 -0.3%에서 -1.8%로 1.5%p나 감소한다.
국가채무는 당초 예산안에 따른 464조6000억원에서 480조4000억원으로 급증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34.3%에서 36.2%로 1.9%p나 증가해 재정건전성에 위협을 받게 됐다.
17조3000억원의 추경예산은 일자리확충·민생안정에 3조원, 중소·수출기업 지원에 1조3000억원,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방재정 지원에 3조원 가량씩 사용된다.
일자리확충·민생안정 부문의 경우 일자리 창출 4000억원, 저소득층·취약계층 지원 3000억원, 서민 주거안정 1조4000억원, 농산물 유통구조개선 3000억원 등에 투입된다.
중소·수출기업 지원 예산은 설비투자·유동성 지원 5000억원, 창업지원 2000억원, 수출입은행·무역보험 2000억원, 매출채권보험·신용보증기금 2000억원 등에 쓰인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택재정비 촉진사업에 1000억원을 투입하고, 재해대비 개보수 사업에도 4000억원을 배정했다. 올해 6월까지 취득세 감면연장에 따른 지방세수 부족분을 보전하는데도 1조3000억원을 사용한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추경예산안을 오는 18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며, 국채발행으로 악화된 국가재정을 건전화시킬 방안을 다음달 재정전략회의 등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 활성화 대책 등 정책 조합 측면에서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은 시장에 경기회복 기대를 주기에 충분하다"며 "기본적으로 이번 추경은 민생안정, 경기회복, 세입결손을 충당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 부총리는 "아무쪼록 이번 추경예산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추경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추경안이 국회에서 통과 되는대로 신속히 집행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