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정부 사이에 4·1 부동산 대책의 핵심인 주택 양도세 감면안 처리를 놓고 막판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대책대로 신규·미분양 주택의 경우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모두 5년간 양도세 면제 혜택을 줘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국회의 경우 야당을 중심으로 대기업·재벌 등에게 세제혜택을 줄 수 없다며 여야정 합의에서 도출된 6억원 이하 수정안으로 의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2일 오전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고 양도세 감면 방안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상정·논의했지만, 정부와 여야 의원들의 의견 충돌이 계속돼 정회를 선포하고 개정안 의결을 미뤘다.
□ 기재부, 9억원 이하 유지…"신규·미분양 주택 해소해야" = 기획재정부는 이날 회의를 통해 당초 4·1 부동산 대책에서 정부가 제시한 대로 신규·미분양주택 양도세 면제 기준을 9억원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신규·미분양 주택 중에서 9억원 이하 중대형 주택의 물량이 상당히 많고, 준공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분양이 되지 않는 물량이 많아 미분양 해소를 위해 당초 정부안대로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정 합의로 도출된 양도세 면제 기준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로 법안이 수정 통과될 경우, 3만가구 이상의 중대형 주택이 양도세 면제 수혜대상에서 제외돼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의 취지가 상당 부분 퇴색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말 발표한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7만3386가구(2월 기준) 가량이며, 이 중에서 전용면적이 85㎡가 넘는 중대형 주택은 3만1347가구(42.7%)에 달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가 당초 면적과 관계 없이 일정액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상당히 심각한 거래정체에 있어 거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9억원 이하 기준을 제시했다"며 "현재 신규·미분양 중에 9억원 이하 물량이 많다"고 밝혔다.
추 차관은 "미분양 해소를 위해, 관련 업계 경기진작을 위해 9억원 이하 기준이 필요하다"며 "당초 정부안대로 신규·미분양 주탹에 대해서는 9억원 이하로 유지됐으면 좋겠다. 너무 과도한 지원이라면 준공 후 미분양주택에 한해서라도 9억원 이하로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야당 의원들, 6억원 이하 고수…"재벌·대기업 혜택 막아야" = 반면 국회 기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여야정 합의로 도출된 6억원 이하 기준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9억원 이하 중대형 주택에까지 양도세 면제 혜택을 부여할 경우 일부 대기업과 재벌들에게 세제혜택이 집중된다는 지적이다.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은 "부자들과 재벌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는게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결국 9억원 이하로 해서 혜택을 얻는 것은 재벌, 대기업 아니냐"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원래 정부는 9억원 이하, 85㎡ 이하로 양도세 면제대상을 한정해 85㎡ 이상이지만 2∼3억원 가량인 지방 중대형 주택이 모두 대상에서 빠졌었다"며 "여야정 합의를 통해 민주당 안에 의해 수혜대상이 정부 원안보다 100만채 이상 늘어났는데, 이제와서 정부가 합의를 깨자는 것은 무슨 얘기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재성 민주통합당 의원도 "미분양 주택 9억원 이하 기준 문제보다 정부에서는 주택시장이 축소되면 출구전략을 줘야는데 이런 대책을 본적이 없다"며 "미분양주택 양도세 면제 혜택을 9억원 이하에 적용시킨다면 대기업 편들어주기 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 여당 의원들, "9억원 이하 미분양주택은 추후 대책 논의" = 이처럼 정부와 야당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여당 의원들은 일단 여야정 합의안인 '6억원 이하 또는 85㎡ 이하' 기준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고 9억원 이하 미분양주택에 대해서는 추후 지원책을 논의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은 "여야정 합의문에도 있고 이미 조세소위에서도 통과된 상황이므로 일단 이대로 가고, 나중에 9억원 이하 신축·미분양주택에 대해서는 정부가 다른 안을 내는게 맞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작년에도 정부가 9월부터 12월까지 한시적으로 미분양주택 양도세 감면을 했는데, 적어도 작년 효과가 어떤지 국회 등에 설명을 한 이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자"고 제안했다.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은 "당초 4·1 대책 발표시 9억원 이하로 돼있던 양도세 면제 대상을 6억원 이하로 줄여, 대책 발표 이후 뜨거웠던 시장의 열기가 조세소위에서 수정안이 통과되며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며 "경기활성화를 위해서는 부유층의 지갑을 열게하는 방법도 중요하므로, 조금 더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 여야 기재위 정회…"'6억원 이하'로 처리될 듯" = 이처럼 신규·미분양주택 양도세 감면기준을 놓고 정치권과 정부의 이견이 계속되자, 현재 기재위 의원들은 전체회의를 잠시 정회하고 여야간 막판 의견조율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여야간 협의가 진행되더라도 여야정 합의를 통해 이미 결정된 '6억원 이하 또는 85㎡ 이하' 기준은 수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기재위 조세소위 위원장)은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오늘 다 처리를 할 텐데 잠시 정회를 했으면 좋겠다"며 "오늘 법안을 다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주택시장 관계자들은 여야정 협의대로 신규·미분양주택 양도세 면제 기준이 6억원 이하로 수정 통과될 경우 신규분양 활성화 및 중대형 주택 미분양 해소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미분양주택 양도세 면제기준을 당초 9억원에서 6억원 이하로 하향조정할 경우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라며 "신규분양 원활와와 중대형 미분양 해소라는 정책 취지가 퇴색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절대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주택시장을 정상적으로 작동시켜 내수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신규·미분양주택 양도세 면제기준은 당초 발표대로 9억원 이하로 하고, 대책 발표일인 4월1일로 소급적용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기재위는 이날 오후 2시에 회의를 속개할 예정이며, 이날 중으로 신규·미분양주택 양도세 면세기준을 확정해 조특법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양도세 면제혜택은 법안의 상임위 통과일을 기준으로 적용됨에 따라, 이날 조특법 개정안이 기재위를 통과할 경우 22일부터 올해 연말까지 거래되는 주택에 대해서만 면세혜택이 부여되며 대책 발표일인 지난 4월1일로 소급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