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상호금융(농·수·축협), 보험회사, 카드·캐피털 등 제2금융권의 연대보증이 폐지된다. 대부 업체는 일부 대형 회사에 한해 정부가 자발적으로 폐지를 유도한다.
연대보증이란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했을 때 보증인이 상환을 이행할 것을 약정하는 제도로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이미 폐지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부터 제2금융권 연대보증을 폐지, 기존의 계약도 향후 5년 동안 단계적으로 없애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자 공동대표나 장애인의 차량 구입 대출 등 일부에는 예외가 허용된다.
■ 채무자 사망했는데 20년째 발목, 금융거래 후진적 관행 = 연대보증은 그동안 금융거래의 독버섯과 같은 존재로 인식돼왔다.
담보가 없거나 신용 등급이 낮은 경우 보증인을 내세워 대출을 받는 관행이 보편화되면서,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결국 연쇄 파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 것.
예를 들어 형제의 사업이 부도난 뒤 20년이 지나도 보증채무를 갚고 있거나, 재직 중인 회사를 보증했다가 퇴사한 뒤에도 예금을 압류당한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지난해 제2금융권의 연대보증 규모는 거래 금액 기준으로 전체의 약 14% 수준. 보증 금액은 51조5000억원으로 잠정 추산된다. 개인 대출의 경우 1인당 평균 1600만원, 보증인 수는 141만명에 달한다.
이해선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보증인에게 패자 부활의 기회를 제공하고 금융회사는 위험관리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시행 배경을 설명했다.
■ 사업자 공동대표, 생계유지 대출 등은 예외 = 하지만 연대보증을 없앨 경우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일부 연대보증에 예외를 둬 허용한다.
최대 주주(지분 30% 이상)가 사업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나 생계유지를 위한 차량(택시, 화물차 등) 구입, 장애인의 차량 구입 대출 등이다. 사업자의 경우 사업자 등록증에 공동대표로 명시돼 있어야 한다.
보증보험의 경우 현행 지인이나 친구에게 1건당 1억원, 총 10억원까지 허용되나 앞으로는 최대 주주 사업자 등에 한해 인정된다.
대부 업체는 자율적으로 폐지하되, 아프로파이낸셜(러시앤캐시, 미즈사랑, 원캐싱), 산와머니, 웰컴론, 바로크레디트대부, 리드코프만 우선 시행한다.
이들 대출은 전체의 49.7%를 차지하며 연대보증 규모는 520억원, 보증인은 1만명이다.
■ 금리 인상 등 우려, 금융권 불만 예상 = 일각에서는 대출금리 인상의 우려도 제기된다. 대출 조건이 열악한 경우 금융회사 입장에서 리스크(risk)를 감수하고 여신을 취급해야 하는 만큼 이자를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해선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신용 대출 등의 금리가 인상될 수 있지만 변동이 크지 않도록 은행권을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또 저금리 서민 대출인 '햇살론' 공급을 확대해 서민층의 자금 상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현행 햇살론은 소득이 연 4000만원 이하이면서 신용 등급 6~10등급이면 신청할 수 있다. 신용 등급에 관계없이 소득이 연 2600만원 이하인 경우에도 해당된다.
일용직 근로자로 소득 증빙이 어려워도 햇살론을 통해 200만원 생계비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금융위는 향후 이를 400만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편 연대보증 채무자는 저소득층 채무 조정 제도인 '국민행복기금'도 신청할 수 있다.
만일 채무자 연락이 두절된 경우엔 보증인이 직접 신청해야 하는데, 이는 금융위와 금융권이 현재 협의 중인 사항이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채무 조정 대상은 올해 2월 기준 6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이며 전화로 국번 없이 '1397'번을 통해 문의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