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조세포럼, 해외펀드 환차익 과세 문제 격론
"세제와 금융현실 간 괴리…세제상 고민 필요"
A씨는 2007년 6월 해외펀드인 F상품에 약 2억3000만원을 투자해 2008년 12월 약 1억8500만원에 환매해 45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환차익에 대해서는 과세가 가능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B씨도 2007년 해외펀드투자상품인 T펀드에 48억원을 투자한 후 이듬해 10월 약 39억원에 환매해 9억원의 투자 피해를 입었지만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환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해외펀드투자자들이 결국 투자손실을 입었음에도 세금을 내야 하는 부분이 세제와 금융현실 간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30일 이미현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진행된 금융조세포럼 세미나에서 뜨거운 감자인 '해외펀드투자 환차익 과세' 문제를 다뤄 관심을 집중시켰다.
금융조세포럼은 정부·학계·금융계·세무회계·업계 등 금융과 조세분야의 기라성 같은 전문가들로 구성돼 2주마다 한 번씩 이른 아침부터 모여 과세현안을 놓고 뜨거운 토론을 펼치는 모임이다.
이 교수는 "법원의 해석이 많다고 했는데 입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어떤 투자자는 손해를 봤는데도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게 정말 투자자에게 혜택을 주는 건지 모르겠다"며 뜨거운 논쟁에 불을 지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해외주식투자 관련 주가변동으로 인한 손익을 한시적으로 과세대상에서 제외토록 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해외주식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만 제외되기 때문에 환율변동에 따른 손익은 여전히 과세대상이다.
하지만 환율이 상승했으나 해외주식가격 하락분이 더 크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실이 발생하는데 이 경우에도 과세관청의 입장은 여전히 환율상승 부분에 대해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이 교수는 "이 문제의 핵심은 주식가격변동과 환율변동에 따른 손익이 동시에 발생한 경우가 애매하다는 점이다"며 "소득이 없는 곳에 과세를 할 수 없어야 하는데 손해를 봤는데도 과세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세제실장을 지낸 바 있는 김용민 인천재능대 교수는 "소득과세의 큰 원칙이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것"이라며 "문제는 주식양도와 주식평가에 따른 손익을 과세대상에서 제외하지만 환차익이 합해 졌을 때인데 과세 형평성 문제가 있는 만큼 둘의 합이 마이너스인 경우 주식가격 변동의 손익으로 보아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제의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결과론적으로는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거의 계산이 불가능하다"며 "수많은 투자가 있고 매매나 환매시점에 따라 경우의 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을 지낸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엔화스왑 예금의 경우 법원에서 환차익이 있음에도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했는데 이번 건은 결국 과세가 된다고 해 납세자에게 불리한 입장으로 결론을 냈다"며 "입법론적 관점에서 충돌이 나는데 이런 부분을 예상하지 못하는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교수는 "엔화스왑 예금과는 조금 경우가 다른데 신탁투자의 경우 배당소득에서 환차익소득을 빼기 때문에 투자수익은 마이너스이지만 배당소득은 여전히 플러스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문제는 이러한 부분이 투자자의 (일반적인) 투자관념과 다르다는 점이다"고 답변했다.
더불어 그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펀드투자와 직접투자를 비교하는 게 아닌데 이를 똑같이 생각해 입법을 하며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과세 불균형이 이뤄지는 부분에 대한 세제상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격론으로 진행된 세미나가 끝난 후 김용민 교수는 "세제실에서 근무했을 당시 나름대로 경우의 수를 따졌지만 이렇게 빠지는 게 있다"며 "당국에서 변화하는 현실을 모를 수 있기 때문에 방금 나온 내용들을 정리해 세제 개정안에 전달하면 세제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