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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7월 한·EU FTA 협정이 체결되면서 국내 법률시장이 영국계 로펌들에게 1단계 개방됐다. 이어 8개월 후인 2012년 3월 한·미 FTA 협정이 발효되면서 미국계 로펌에게도 문이 열렸다. 조세일보 부설 조세정책연구소는 오는 7월 2단계 법률시장 개방에 앞서 국내 법률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집중 살펴봤다. <편집자 주> | ||
법률시장 1단계 개방후 해외로펌 밀물…해외로펌 웃고 토종로펌 운다
영·미 로펌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5월 8일 현재 법무부의 허가를 받아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한 영·미 로펌 소속 서울사무소는 18개사에 이른다. 외국법자문사 승인을 받아 대한변협에 등록된 외국인 변호사만해도 46명에 달한다.
오는 7월부터 정부의 법률시장 개방계획에 따라 영국계 로펌들은 국내 로펌과 업무 연계를 통해 국내법 사무를 일부 처리할 수 있다. 미국계 로펌에 대해서도 내년 3월부터 같은 혜택이 적용된다.
이어 2016년 7월부터는 영국계 로펌에 국내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된다. 영국계 로펌들은 국내 변호사를 고용해 국내 소송을 맡을 수 있고 2017년 3월에는 미국계 로펌까지 국내 법률시장을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다.
외국 로펌들은 국내에서 본격적인 활동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 유수 변호사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스카우트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같이 우수한 변호사가 포진해 있는 토종 로펌은 영·미 로펌의 인재 빼가기 첫 번째 대상이다. 우수한 인재가 회사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로펌에서 인력이 빠져나간다면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나 인재 빼가기 보다 국내 로펌들을 곤혹스레 하는 것은 외국계 로펌들이 법률적 허점을 틈타 퇴직하는 고위직 관료들을 싹쓸이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계 로펌들은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법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현행 공직자윤리법과 시행령은 외형 거래액 150억원이 넘는 국내 로펌, 회계법인,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외국계 로펌) 등에서 고위 공직자가 퇴직 후 2년간 과거 업무와 관련된 역할을 하지 못하게 금지하고 있다.
외국계 로펌들은 한국시장 진출 초기에 외형이 적어 고위직 전관들을 사실상 무제한 영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계 로펌이 공직자윤리법의 취업제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국내사무소의 매출액을 150억원 이하로 조절하거나 전직 관료를 본사 또는 홍콩사무소 등에 편법채용하는 방식으로 전관 싹쓸이에 나선다해도 마땅히 규제할 방안이 없다.
◆…2007년 9월 7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제출에 앞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 토종로펌은 변호사법, 외국로펌은 공직자윤리법 적용 받아
토종로펌은 행정부처의 전관을 영입하면 변호사법에 따라 해마다 전관의 보수와 업무내역을 신고해야 하지만 외국 로펌은 변호사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외국 로펌은 대신 공직자윤리법을 적용받아 전관 영입 1년 후 한 차례만 업무내역서를 신고하면 된다. 전관의 보수 신고의무와 업무신고 횟수를 볼 때 국내 로펌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국내 로펌은 개정 변호사법과 시행령에 따라 퇴직 공직자를 채용하면 지체 없이 명단을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제출해야 한다. 변호사법 시행령은 소급 적용돼 법 개정 이전에 이미 로펌에 취업해 일하고 있던 퇴직 공직자 명단도 제출해야 한다.
국내 로펌은 또 매년 1월 말까지 전관의 전년도 업무내역을 서면으로 작성해 지방변호사회에 내야 한다. 업무내역서에는 퇴직공직자가 퇴직 전 5년 이내에 일했던 부처의 업무와 관련된 자문·고문 내역은 물론 해당 로펌에서 받은 보수까지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이에 반해 외국 로펌에 대한 규제는 느슨하다. 변호사법 대신에 공직자윤리법의 규제만 받기 때문에 전관의 명단을 제출할 의무도 없다. 업무내역서도 외형거래액이 150억원 이상인 로펌만 제출하면 된다.
업무내역서의 작성과 제출도 외국 로펌이 하는 것이 아니라 퇴직공직자 본인이 한다. 퇴직공직자 본인이 퇴직 후 1년 동안의 월별 활동 내역과 퇴직 전 1년부터 퇴직할 때까지 근무한 기관과 관련된 업무활동 내역을 포함한 업무내역서를 작성해 소속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대표의 확인을 거쳐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출하면 된다.
이 때 보수 내역은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공직자윤리위가 퇴직공직자에게 취급 업무를 확인하기 위해 보수자료를 요청한 때에만 답하면 된다. 사실상 외국 로펌에 근무하는 퇴직공직자는 토종로펌에 비해 상당한 혜택이 주어진 셈이다.
국내 로펌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외국계 로펌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만큼 명백한 지나친 규제라는 것. 법률시장의 개방으로 영·미계 로펌과 생존 경쟁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역차별로 국내 로펌의 발목을 잡는다는 주장이다.
대한변협의 관계자는 “퇴직을 앞둔 공직자들 사이에 앞으로 자신들이 갈 곳은 외국 로펌 뿐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며 “영·미계 로펌들이 퇴직하는 고위직 관료들의 피난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로스쿨 성낙인 교수는 “법률시장이 개방된 시점에 국내 로펌도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퇴직 공직자를 채용할 수 있다”라며 “국내 로펌에 취업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문제가 많은 만큼 외국 로펌에게도 같은 수준의 규제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