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펌 한국사무소 지휘부는 대부분 한국계 외국변호사
국내 진출한 영·미 로펌 18곳의 한국사무소를 총괄하고 있는 지휘부는 대부분 한국계 외국변호사로 되어 있다. 이들은 어릴적 부모를 따라 이민 간 교포 1.5세대.
때문에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미 로펌에는 파란눈 변호사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기도 있다.
이들 한국계 외국변호사는 해외 유명 로스쿨 출신으로 유창한 영어실력과 함께 국내에 든든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특히 한국계 외국변호사의 상당수가 유력·유명인사의 자제들인 점도 눈길을 끈다.
가장 처음으로 한국에 사무소를 낸 롭스 앤 그레이의 김용균 변호사는 부친이 6군단장 출신의 예비역 소장이다. 5.16에 반대해 미국으로 떠나는 부친을 따라 이민길에 올랐던 그가 미국 변호사가 되어 한국 법률시장이 열리자 서울사무소 대표를 맡게 된 것이다.
오멜버니 앤 마이어스의 강성룡 변호사는 강영훈 전 국무총리의 장남이다. 그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조지 타운대에서 J.D.(Juris Doctor, 전문직 학위)를 마치고 캘리포니아주 변호사가 되었다. 강 변호사는 김용균 변호사와 내외종간이다.
클리포드 찬스의 이석준 변호사는 노태우 대통령 시절 청와대 공보수석과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수정 전 장관의 차남으로 카카오톡의 공동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이석우 씨가 형이다.
클리어리 고틀립의 이용국 변호사는 이시영 전 UN대사의 아들로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공부해 변호사가 됐다. 그는 프린스턴대를 거쳐 하버드 로스쿨(J.D)에서 공부했으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도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다.
심슨 대처 앤 바틀렛의 박진혁 변호사는 박수길 전 UN대사의 아들로 하버드대를 거쳐 시카고 로스쿨에서 J.D.를 했다.
다엘에이 파이퍼의 이원조 변호사는 연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교육개발원에 근무하기도 했으나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진로가 바뀌었다. 샌프란시스코 로스쿨(J.D.)에 진학, 미국 변호사가 되어 한국 땅을 밟게 됐다.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남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커빙턴 앤 벌링 서울사무소의 박하용 변호사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미국 로펌에서 근무하다 2001년 아예 한국로펌으로 옮겼다. 그후 미국로펌에 영입되며 서울사무소 대표를 맡게 됐다.
스콰이어 샌더스의 한국사무소 대표를 맡은 김준영 변호사는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나왔고 성김 주한 미국대사와 형제다. 베이커 앤 맥켄지의 서울사무소 대표를 맡은 백남흥 변호사는 백선엽 전 육군참모총장의 아들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해외로펌 한국사무소 대표에 고위 공직자 자제가 많은 것은 폭넓은 정·관계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며 “해외로펌은 이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빠른 기간내 국내 정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계 로펌들이 많이 둥지를 트는 서울 중구 센터원빌딩(가운데)과 페럼타워(오른쪽)
■ 해외로펌 한국사무소는 서울 중구 센터원빌딩과 페럼타워에 몰려
세계적 규모의 영·미 로펌들이 앞다퉈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한국 기업의 글로벌 역량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이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면 할수록 자연히 국제관계상 여러가지 법률자문 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해외로펌이 국내에서 선호하는 사무실 장소는 서울 중구로 나타났다. 이들이 중구로 집결하는 이유는 M&A(인수합병)과 자금조달 등을 다루는 주고객인 대기업 본사와 금융기관 본점이 중구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정부기관 및 미국과 영국대사관이 가까이 있고 고객층인 대기업 본사와의 업무 편의가 높아 이 지역을 선호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청계천을 비롯해 경복궁과 덕수궁 등 자연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된 것도 외국계 로펌이 도심을 선호하는 한 요인이다.
서울 중구 수하동의 센터원빌딩을 중심으로 영·미 로펌 10여곳의 한국사무소가 자리잡고 있다. 국내 진출한 해외로펌 한국사무소의 절반 이상이 중구에 몰려있는 셈이다.
센터원빌딩에는 디엘에이 파이퍼, 맥더모트 윌 앤 에머리, 심슨 대처 앤 바틀렛, 쉐퍼드 멀린, 폴 헤이스팅스, 케이 앤 엘 게이츠,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의 7개 한국사무소가 자리잡고 있다.
또 센터원빌딩 옆 건물의 페럼타워에도 스콰이어 샌더스, 클리어리 고틀립, 클리포드 찬스 등 3개의 한국사무소가 들어섰다. 서울 중구 을지로 2가 파인에비뉴 B동에는 미국계 로펌인 코헨 앤 그레서가 입주해 있다.
지난해 매출기준 세계 1위 규모의 미국계 로펌 베이커 앤 맥켄지는 서울 여의도동 IFC타워에 둥지를 틀었다.
미 정부의 규제나 정책 등에 대해 상당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컨빙턴 앤 벌링은 서울 강남역 인근의 메리츠타워에 임대를 냈다.
해외로펌들은 국내 법률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는 2017년까지 어떤 방식으로든 사무실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센터원빌딩의 임대료는 3.3㎡(1평)당 12만원, 페럼타워는 9만~1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