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GB 분량…ICIJ 확보분(260GB)보다 많아
자료 분석 후 과세 추진 전망
지난 10일 영국, 미국, 호주 등 3개국 과세당국이 싱가폴, 버진아일랜드 등 대표적인 조세피난처 지역에 재산을 은닉한 역외탈세자에 대한 대대적인 공조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나라 국세청도 뒤늦게 이들 공조체계에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 3개국 세무당국이 보유한 역외탈세 관련 자료는 총 400기가바이트(GB)에 달해 최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밝혀낸 260GB 상당의 조세피난처 자료보다 분량이 더 방대한 것으로 알려져,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자산가들에 세금추징이 현실화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세청은 14일 미국, 영국, 호주 국세청이 공동조사를 통해 확보한 역외탈세정보를 함께 공유하기로 합의하고, 정보접근 범위 등 구체적인 세부절차를 합의 중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해당 자료에는 싱가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만제도, 쿡제도 등 대표적인 조세피난처에 법인 등을 등록하고 자본거래를 하는 자산가들의 자료가 상당 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참고로 지난 10일 영국 국세청(HMRC)은 성명서를 통해 "자료 초기 분석결과 싱가폴, 버진아일랜드 등 세계 여러지역에 기업체와 신탁 등이 존재하고 있고, 이런 역외장치를 통해 이득을 챙긴 100여명 이상의 신원을 확보, 이 가운데 상당수를 대상으로 역외탈세 혐의를 조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HMRC는 또 영국 국적의 회계사, 변호사 등 200여명의 전문 인력이 이들 기업에 자문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3개국은 전 세계적인 '탈세와의 전쟁' 차원에서 다른 국가들과도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우리나라 국세청도 실무진 차원에서 적극적인 협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정보공유 자체는 대체적으로 합의를 이뤘으나, 협상 초기단계여서 정보공유 범위, 시기, 대상 등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진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국세청은 이번 정보공유 합의가 그동안 언론계 등에 정부가 탈세정보를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비판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국가 간 공조를 통해서도 충분히 과세조치를 내릴 수 있게 됐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다.
이광재 국세청 역외탈세담당관은 "현재 협상은 초기단계여서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많지 않다"며 "그동안 정부가 ICIJ 뒷꽁무니만 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앞으로 국가간 공조체계를 통한 공식채널로 역외탈세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국제공조를 통해 획득한 역외탈세 정보를 활용, 실질적인 과세로 이어가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담당관은 "우리나라와 관련된 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볼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협의하진 않았고, 협의가 진행 중에 있다"며 "언제 자료를 활용해서 과세하게 될지 특정할 순 없으나 최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도록 협상을 빨리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