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위원장 "농협 주인은 중앙회"
"금융 지배 구조 개혁은 다른 얘기"
지난 정부에서 졸속으로 처리된 농협의 사업 구조 개편이 차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신용 사업(금융) 및 경제사업(유통)을 분할, 사실상 신경(信經) 분리가 이뤄졌지만 소관 부처가 다른 탓에 정부마저 손을 댈 수 없는 지경이다.
정부가 금융회사 지배 구조를 전면 개편하거나 상호금융 운영을 투명하게 하는 과정에서도 농협은 비껴가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20일 기자들을 만나 최근 농협의 지배 구조가 문제되고 있는 것에 대해 "농협은 중앙회가 주인이다. 또 하나의 지배 구조 모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또 "건전성 문제는 금융위가 들여다보고 전산 부문도 최근 문제가 있었으니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들은 사실상 농협의 지배 구조상 금융 당국의 관리와 감독에 한계가 있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신경 분리가 이뤄진 뒤에도 농협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받는 것으로 돼 있으며, 소관 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이다.
금융감독원에서 은행 부문의 감독권을 가지고 있지만 농림부와 업무가 중첩되는 탓에 검사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회사 지배 구조가 전면 개편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아닌 '농협협동조합법'의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금융 당국은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오랜 기간 농협의 비과세 폐지를 추진해왔지만 여야가 합의된 뒤에도 결국 무산되는 등 우리로서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금융의 경우 1인당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14%)가 면제되면서 수신은 2008년 253조원에서 지난해 430조원으로 급증했다. 이 중 농협의 자산은 247조원(57.44%)으로 절반을 넘는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시중 자금이 예금 등 안전성 자산으로 몰리는 가운데 비과세 혜택까지 겹치며 수신이 늘었지만, 상호금융들이 위험 투자를 하면서 건전성 악화나 예금자 피해로 이어지는 이른바 '제2의 저축은행 부실 사태'도 우려됐다.
이날 신 위원장은 '상호금융기관의 정체성 확립을 통한 건전한 발전 방향 마련'을 위한 공개 토론회에 참석, "상호금융들이 예수금을 운용하는데 치중하면서 서민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호금융에 다수의 조합이 있다보니 임직원 횡령 등 금융 사고에 취약하다. 보안이나 개인 정보 보호에도 더욱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농협의 조합원 수로 볼 때 정치권도 표(票)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농협을 힘으로 누를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