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약관, 금융사 자체심사로 처리기간 단축 '논란'
금융감독원이 상품 약관에 대해 금융사들의 자체심사 의무를 강화시킬 방침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상품 약관 심사가 금융소비자 보다는 금융사의 경영효율에 맞춰져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층 강조되고 있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
금감원은 금융상품의 약관 내용을 금융회사가 먼저 자율 점검토록 해 약관심사처리기간을 단축시킨다는 내용의 '약관심사제도 개선방안'을 20일 발표했다.
그동안 금감원의 약관 심사 처리기간이 은행의 경우 37일, 카드사는 44일이 평균적으로 소요돼 온 점은 문제로 지적돼 왔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금융시장에서 상품이 한 달 넘게 감독절차를 받아야 하는 것은 경영효율을 제약하는 조치라는 것.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그간 약관 심사에 들어가는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은 사실"이라며 "제한된 인력으로 모든 상품의 약관을 제 시간에 검토하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금감원은 이번 개선방안을 통해 빠르면 올 연말부터 표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약관 등에 대해서는 약식심사를 통해 검사할 예정이다. 또 약관심사를 신청하기 전에 사내 준법감시부서에 우선 심사를 맡기는 등 금융사들의 자체심사 의무를 강화시킬 방침이다.
하지만 금융사에 대한 심사 의존도를 높이고 심사 기간을 대폭 줄이며 소비자 피해 검증은 그만큼 소홀해 질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약관 심사의 목적이 무분별한 금융상품 홍수 속에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인 만큼 금융회사 측면의 효율성만 고려하게 되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망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번 개선방안에 대해 "금융소비자 보호 정신과는 거리가 있는 일"이라며 일침을 날렸다.
조 대표는 "약관이라는 것은 한 번 통과되면 오래도록 적용되는 사항인데 (금융당국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라며 "이는 당국이 과거보다 더 소비자보호를 등한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