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법인세, 소득세 등 각종 세목 신고 후 사후검증을 통한 수정신고 안내건수가 폭증하면서 지방 영세사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세와 지방세 징수실적이 감소하면서 세수확보 차원이라는 시각과 함께 각 지방청별로 신고분석과가 신설되면서 전산분석에 의한 '현미경 검증'의 결과물이라는 시각이 병존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 중소사업자들의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하겠다'며 중소기업과 상생을 목표로 하는 박근혜 정부 의지와는 달리 올해 들어 강도가 높아 진 세무조사와 각종 세금신고 후 세무당국의 강화된 사후검증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의 한 사업자는 "동종업종과 비교해 평균소득율을 낮게 책정하지도 않았고,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세금을 신고했는데도 관할 세무서로부터 수정신고 안내문을 받았다"며 "불황일수록 무리한 징수실적보다는 납세자를 살리려는 세정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세무대리인은 "세금신고 후 국세청의 사후검증을 통한 수정신고를 요청하는 건수가 예년에 비해 120% 이상 급증한 것도 문제이지만, 최근에는 시도 때도 없이 수정신고 안내문이 발송되고 있다"며 "법인세, 소득세 등 각종 신고기간에는 수정신고 안내를 자제해 원활한 세금신고가 이뤄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광주지방국세청 관내 사업자와 세무대리인들은 최근 빈번하게 발송되는 수정신고 안내문으로 인해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
전남의 한 사업자는 2011 사업연도분에 대한 법인세 신고 후 불성실신고에 따른 가산세 등으로 수 천만의 세금을 추가 납부했지만, 체납이 발생해 법인카드까지 압류 당했고, 1년 후 이 업체는 또 2012 사업연도분에 대한 수정신고 안내문을 받고 세금을 추징 당했다.
통상 동종업종에 비해 터무니없이 평균소득률을 낮게 신고하지 않았다면 법인카드까지 압류당한 사업체에 연이어 세금을 추징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 사업장이 문을 닫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말이다. 당시 이 업체는 평균소득률 수준으로 법인세를 신고했었다.
또 다른 사업자는 연구비 세액공제를 신청했는데 관할 세무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사업자는 세법상 문제가 없었지만, 연구비 세액공제를 자진해 취소하고 수정신고 했다.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려면 수정신고하는 것이 좋겠다'는 세무서 직원의 권유 때문이었다.
당시 이 업체 세무대리를 담당했던 세무대리인은 "세법상 아무런 하자가 없는데도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세무서 직원의 권유(?)로 수정신고를 했다"며 "담당 세무서 직원은 '수정신고를 통해 소명을 해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도 다른 부분으로 범위를 넓혀 조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답변해 수정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무리한 징수실적을 추구하는 행정이 낳은 부작용 가운데 한 경우이다.
이와 관련 광주지역의 한 세무대리인은 "수정신고 건수는 세무조사 건수에 포함되지 않아 세무당국으로써는 무리한 세무조사라는 여론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세수확보 효과도 뛰어나지만, 납세자 입장에서는 이중, 삼중고를 격는 셈"이라며 "성실신고를 담보하려는 당국의 의지는 이해가 가지만, 납세자가 살아야 세금도 있고, 국가도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2조8000억원에 이르는 세수 펑크를 냈고, 올해에도 세수 여건은 녹록치 않아 정부의 세입예산 전망치보다 36조원 이상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지하경제양성화에 따른 과표양성화도 좋지만, 자영업자 폐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어려운 경제여건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징수활동은 자칫 소비와 투자위축으로 이어져 경제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세무당국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