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규모는 국세청 역사상 최대규모다. 물론 예전에도 우리사회에는 음성·탈루소득자는 많았다. 그러나 국세청의 인력, 의지미약 등으로 제대로 조사를 벌여오지 않았기 때문에 밝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현 국세청은 지난 1999년 조직을 기능별로 전환하면서 조사국을 대폭 확대해 조사권을 재대로 발동했고 또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강한의지로 조사를 벌여왔다. 이 결과 지난 1998년에 1조5천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1999년에는 2조5천억원, 2000년에는 1998년의 2배가 넘는 무려 3조4천730억원을 추징했다.
그러나 26일 발표된 올 상반기 음성·탈루소득자에 대한 조사결과는 또 최고치를 갱신한 것이다. 국세청의 '조세정의 바로세우기'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아직까지 우리사회 여전히 음성·탈루소득자가 창궐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국세청의 발표를 보면 △해외에서 취득한 고액의 영업권 대금을 신고 누락하고 법인매출대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창업한 벤처기업 주식을 팔고 탈루한 뒤 해외에 유출한 사례, 또 △해외유명 브랜드 국내자회사가 영업권을 과대 계상하고 매출액을 해외 자회사 매출로 위장해 소득을 탈루한 사례등 실로 다양하다.
실제로 서울지역 도매.의료기기업체 대표 A모(47)씨는 해외의료기 국내대리점을 개인명의로 운영해오던중 해외 제조회사와 국내 판매법인을 합작으로 설립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독점판매권 해지 보상대가로 받은 미화 320만달러를 국내에 반입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소득신고도 하지 않았다. A씨는 이와함께 자신 및 특수관계인 명의로 출자한 각 대리점에 판매한 상품대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뒤 이를 외상매출금 64억원으로 가공 계상했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A씨와 법인에 대해 소득세와 법인세 57억원을 추징했다.
또 서울지역 소프트웨어 개발 벤처기업 대표 B모(30)씨는 지난 96년 벤처기업 주식 11만2천주를 팔아 61억원의 소득을 올린 뒤 이를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B씨는 이와함께 주당 시가 1만5천원짜리인 다른 관계회사 주식 23만주를 주당 5천원에 매입했다. 이후 이 주식을 매도한 뒤 올린 23억원도 탈루했다. B씨는 모두 125억원의 소득을 탈루한 뒤 이중 150만달러를 해외이주비 등의 명목으로 해외에 불법 유출시켰다. B씨에게는 35억원이 추징됐다.
이들은 한마디로 세금을 빼먹기위해 교모한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파렴치한' 들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결과 사기·부정한 방법에 의해 조세를 포탈하거나 거래질서를 문란케한 자료상 행위자 등 618명에 대해서는 5천926억원의 세액을 추징했다.
특히 이들중 572명(자료상 행위자 536명)에 대해서는 조세범처벌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조치하고 46명을 통고처분 했다.
결국 이러한 사례들은 국세청의 음성·탈루소득자에 대한 조사는 지속되어야 한다는 당위성도 제시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국세청은 올 하반기에도 소득원이 불분명한 호화·사치생활자 및 호화·사치 조장사업자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는 한편 신용카드 위장가맹·변칙거래 및 거래질서 문란행위자, 기업자금 변칙유출자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엄정하게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외환거래 전면자유화에 편승한 외화유출 혐의자,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세행위의 적발에도 행정력을 집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