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규 농협금융 회장 이어 중앙회 임원 일괄 줄사퇴
농협 사업구조개편 허점투성…중앙회장 책임은 없다?
농협이 경제와 신용부문을 분리하는 사업개편을 단행한지 1년이 조금 지나 임원들이 줄사퇴하며 요동을 치고 있다.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5일 사의를 밝힌 지 불과 10여일만인 24일 농협중앙회의 윤종일 전무이사와 김수공 농업경제대표이사, 최종현 상호금융대표이사, 이부근 조합감사위원장이 일괄 사퇴한 것.
15일 농협은 신동규 회장이 사의를 밝힌 이후 임원들의 집단 사퇴설이 나돌자 ‘농협 고위직 전원이 사표를 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발끈했었지만 10일만에 꼭꼭 감춰둔 내홍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번 농협중앙회 줄사퇴를 꼬리자리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허점투성이의 농협 사업구조개편에 대한 원성이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에게 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다.
농협의 신경분리는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해 '농협을 농민에게 돌려 주겠다'고 발언하며 서둘러 진행됐다.
신용사업에 치중된 사업구조 때문에 대농민 사업이 위축된다는 반성이 신경분리의 단초였던 것이다.
하지만 신경분리는 당초 기대한 효과는커녕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선 농협은 지난해 3월 신경분리 이후 부족자본금에 대한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당초 정부는 신경분리에 필요한 부족자본금 12조원 중 6조원을 출연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결국 1조원의 현물 출자와 4조원의 채권 발행에 따른 이자보전으로 변경됐다.
또 현물출자(KDB금융그룹 및 한국도로공사의 주식 각 5000억원)가 끝내 연내에 이뤄지지 못하며 정부와의 경영개선약정체결(MOU) 이후 농협이 상호금융특별회계차입 또는 농업금융채권 발행 등으로 직접 차입해 조달한 금액에 대한 이자(1500억원) 정도만 보전받고 있는 상황이다.
신경분리 이후 금융지주는 좀처럼 실적에 탄력을 받지 못한데다가 매년 4500억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선납하며 부담을 키워 갔다.
내부 조직도 깔끔하게 정돈되지 못해 초창기 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했던 신충식 농협은행장이 100일도 안돼 회장직을 그만두고, 이후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외부에서 영입한 신동규 회장마저 취임 11개월만 전격사퇴하는 모양새를 보여 줬다.
은행 위에 금융지주, 또 그 위에 존재하며 갑(甲) 중에 갑(甲)으로 불리는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가 하나둘 불거져 나왔다.
농협중앙회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복잡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농민 대통령으로까지 불리며 무소불위 권력을 가지고 있는 농협중앙회장 밑으로 전무이사, 농업경제, 축산경제, 상호금융 등의 서열이 있으며 신용부문은 5순위로 처진다.
이 때문에 농협금융은 외부로는 금융당국과 농림식품수산부, 감사원 등 수없이 많은 시어머니의 간섭을 받고, 내부에서는 농협중앙회와 경제부문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는 평까지 듣고 있다.
실례로 농협은행에는 17개 지부 영업본부장이 있으며, 이를 지역본부장 직급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이 지역본부장 직함을 쓸 경우 단위농협 지역본부장과 상충되는 문제가 발생했고. 농협중앙회에서 농협은행 영업본부장 직급을 없애고 이보다 낮은 금융부장이라는 직제를 도입하려고 했다.
결국 농협중앙회의 시도는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영업본부장들에게 '부행장보'라는 직함을 부여하는 선에서 타협을 본 바 있다.
이는 농협중앙회가 신용부문, 특히 농협은행의 위상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 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 회장은 16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농협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지 않겠냐"며 "나는 문제만 던졌을 뿐이고 법과 제도 개선은 정부가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로부터 독립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뼈 있는 여운을 남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