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반도의 통일 이후 북한경제를 한시적으로 남한경제와 분리해 특구 형태로 운영하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지금부터 북한지역 실태조사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한특구 설치가 결정되면 가장 먼저 북한의 경제·사회 각 분야에 대한 통계는 물론 회계와 관리조직 등 정보파악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전홍택 KDI 선임연구위원은 27일 '남북한 경제통합 연구 : 북한경제의 한시적 분리 운영방안'을 주제로 연구보고서를 발표하고, 남북한 정부가 합의를 통해 북한지역 경제를 북한특구로 10년간 지정하는 시나리오 아래 북한경제 운영 및 남북한 경제의 단계적 통합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전 연구위원은 한반도의 통일 시나리오를 크게 점진적 통일, 급진적 통일로 구분했다. 급진적 통일 시나리오는 다시 즉각적인 정치·경제통합 시나리오와, 정치통합은 급진적으로 하지만 경제통합은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시나리오가 있다고 밝혔다.
급진적인 정치통합 아래에서 경제통합을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통일 이후 일정 기간 동안 북한경제를 한시적으로 남한경제와 분리해 특구 형태로 운영한다는 의미다. 즉 분리기간 동안 한반도에 2개의 다른 경제시스템이 공존하는 시스템이다.
전 연구위원은 일단 노동시장의 경우 북한경제를 특구로 분리하기 위해 북한주민들의 취업을 위한 남한으로의 이주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고, 시장경제의 노동시장 제도를 점진적으로 도입하며 고용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완전고용정책의 폐지와 함께 노동시장 내 자유로운 수요·공급을 통한 임금 결정 메커니즘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며 "북한지역 실업자에게 제공할 고용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고, 근로능력이 없는 경우 공공부조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연구위원은 연금 및 공공부조의 경우 기본제도의 이식 및 동화는 신속하게 추진하되, 두 지역간 경제력 및 급여 격차를 고려해 실제 제도 적용은 일정 기간 차이를 두며 운영상 차이점은 점진적으로 맞춰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한의 연금급여 산식은 동일하게 하되, 산식에 적용하는 가입자 평균소득금액은 남북한을 분리해 일정 기간 다르게 적용하고, 북한주민의 가입기간 기득권을 보장하되 공로연금 등 특혜성 혜택을 불인정해야 한다"며 "남북간 연금 재정 및 회계는 분리하고, 특구 연금재정의 결손은 국고지원을 원칙으로 한다"고 전했다.
특히 전 연구위원은 남북한 정부가 합의해 북한지역 경제를 북한특구로 10년간 지정해 남·북한 경제를 단계적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북한특구 초기 2∼3년 이내에 시행할 개혁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연구위원은 "북한특구 설치가 결정되면 가장 먼저 북한의 경제·사회 각 분야에 대한 관련 통계는 물론 회계와 관리조직 등 정보파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야별로 남한의 정부 및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파견하고 북한정부의 인력 등 필요한 지원을 받아 분야별 현황에 대한 공동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북한지역 실태조사를 위한 인력구성 및 운영방식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