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중부지방국세청장(오른쪽)과 조세일보 황춘섭 대표이사가 지난 21일 수원 중부지방국세청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이날 이 중부국세청장은 국세청 조직문화 개선의 필요성과 세수확보 추진방향 등 최근 국세청 이슈에 대한 견해를 제시했다. (사진: 김용진 기자)
상편에서 이어집니다.
최근 경기침체 상황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종종 비견된다. 일각에선 1997년 IMF 위기상황과도 맞먹을 정도로 어려운 상태라는 진단을 내린다. 그만큼 경제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뜻이다.
국세청의 1차적인 임무는 안정적인 세수(稅收)확보. 경기는 굴곡을 그릴 수 있지만, 적어도 국민들로부터 걷어야 하는 세금은 당초 정해진 목표 내에 근접해야 한다. 그래야만 원활한 예산집행이 가능하고 정부의 정책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국세청은 대내외적으로 가장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과도한 세입전망 여파로 6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세입추경을 한 것도 모자라, 줄어든 세수목표(210조4000억원)조차 위태롭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강원지역을 총괄, 전 국토의 28%를 관할로 하고 있는 중부지방국세청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해졌다. 주요 대법인은 물론 상대적으로 살림살이가 좋지 못한 농어촌 지역까지 대한민국 세수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지역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
30년 국세공무원 생활을 거쳐 이번에 중원 세정사령탑에 오른 이종호 중부지방국세청장(사진)도 올해 세수여건이 굉장히 어려운 점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본청 국·과장 재직시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해결책을 찾아내 뛰어난 성과를 올리면서 굵직한 족적(足跡)을 남겼던 그도 현재 국세청에 떨어진 세수확보 특명은 상당히 풀기 힘든 난제(難題)라는 점에 공감했다.
그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에서 "전국적인 경기침체 현상으로 중부청의 세수상황도 많이 어렵다"며 "하지만 지능적인 재산은닉 혐의자와 국민으로부터 지탄받는 역외탈세, 민생침해사범 등 이른바 4대 중점 분야에 조사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어려운 세수여건이지만 세무조사라는 '칼'을 서민과 정상적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대담 :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 정리 : 유엄식 기자, 사진 : 김용진 기자)
□ 중부지방국세청장에 취임한 지 한 달 정도 지났다. 세수상황이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책무를 맡았는데,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린다.
☞ 먼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실납세로 국세행정에 협조해 주고 계신 납세자분들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중부청은 전 국토면적의 28%에 해당하는 광활하면서도 다양한 특성을 지닌 지역을 관할하고 있고 신도시 개발 등으로 지속적인 세원증가가 예상되고 있어, 지역 국세행정 책임자로써 부담감과 함께 막중한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저를 포함한 5000여 중부청 직원 모두는 하나 된 마음으로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해 '국민이 신뢰하는 선진일류 국세청'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올해 경기여건이 좋지 못해 세수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중부국세청의 세수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 전국적인 현상으로 중부청도 상당히 세수상황이 어렵다. 특히 엔저 영향으로 철강업종 중심인 인천지역과 평택(쌍용차), 화성(기아차) 등 자동차관련 산업지역 수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내수소비 부진으로 강원지역 관광서비스업도 위축되고 있으며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시화·남동공단지역 등의 공단가동률이 떨어지는 전반적인 경제사정이 좋지 못하다.
올해도 경기침체, 내수부진으로 염려스런 세수동향을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가 금년도 세수확보에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중부청에서는 지능적 재산은닉 혐의자와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민생침해사범 등에 대한 세정역량을 집중해 국가 재정수입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세무행정 목표는 무엇인가?
☞ 올해 세무행정 핵심 목표는 무엇보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입예산의 안정적인 확보에 있다. 다만 일각에선 지하경제 양성화 과정에서 세정활동이 강화돼 중소기업, 서민층의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감안해 탈세규모가 큰 대기업·대대산가의 불공정행위와 변칙거래, 고소득자영업자의 차명계좌 및 현금거래를 통한 탈세 차단하고 가짜 석유, 자료상, 불법사채업, 지능적 역외탈세 등 반사회적 지하경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
반면 성실한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과 중소기업 및 서민경제에 대해서는 부담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세정지원을 최대한 하겠다.
□ 세수확보와 관련 과도한 징세행정으로 기업들의 불만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조사강화 기조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 지하경제 양성화와 관련된 기업들의 불안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지만 조사강화 대상은 세금 부담을 고의적으로 줄이는 지능적인 탈세행위로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제한된 분야에 대해서만 할 것이다.
제조업, 수출업 등 통상적인 경제활동에 대해서는 세무간섭을 최소화 할 것이고, 세무조사 과정에서도 기업 목소리를 경청 또 경청해서 무리한 징세행정이라는 우려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 지역 내 기업들의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세정지원 대책은?
☞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거래와 소액 생계형 서민경제는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정상적인 기업 활동은 경영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조사를 최소화 할 예정이다.
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해서도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중소기업 가업승계와 관련된 세금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 가업승계 세정지원팀을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다.
중소 성실납세자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조기 환급을 하고 있고, 특히 경기북주와 인천지역에 다수 소재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및 협력업체 등에 대해서는 납기연장 등 적극적인 세정지원을 하고 있다.
□ 체납문제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특별한 대책을 세워두고 있나?
☞ 국세체납자라도 경영악화, 자금조달 애로 등으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 대해서는 체납처분유예, 분납 등으로 재기를 지원하되 가족이나 친인척 명의로 고의로 재산을 은닉한 혐의자는 생활실태 밀착관리, 주소지·사업장 수색 등 강도 높은 재산추적활동을 할 것이다.
또한 체납 자료 신용정보기관 제공, 고액·상급 체납자 명단을 공개, 출국규제 등 기존 체납정리 제도를 활용해서 성실납부를 유도하고 등기·등록된 재산, 금융기관 예·적금 등 압류해서 일실되는 세금이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최근 연이은 비리사건으로 실추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본청 차원에서 특별감찰반까지 가동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이 추진 중이다. 중부청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관 이미지 제고방안은?
☞ 새 정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복지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중부청은 최근 잇따른 조사국 지원 비리사건으로 실추된 국세행정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본청 차원에서 추진 중인 조사공무원의 사적관계 신고 의무화, 조사진행 상황에 대한 토론식 보고제도, 조사종결 후 일정기간 업계관련자 접촉 금지, 금품수수 직원 조사 분야 영구퇴출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직원들의 자발적인 청렴의식 제고를 위해 조사국 연찬회 개최 및 청렴교육 강화와 부조리에 연루된 직원들의 경제적 손해 사례교육을 강화하는 등 자율적인 청렴문화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조세일보 독자, 납세자, 중부국세청 직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실납세를 해주신 납세자와 세무대리인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납세자와 언론의 지적은 항상 귀 기울여 경청하겠다. 언제든지 부족한 부족은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지적해 주시길 바란다.
중부청 직원들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각자 맡은 바 충실히 업무 수행을 하고 있다는 점에 감사드리고 있다. 앞으로도 신뢰와 배려를 바탕으로 납세자들의 실질적 권익존중에 끊임없이 노력해 주기 바라며, 관리자와 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중부청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믿고 있다.
'솔직 담백', 인간미 풀풀 넘치는 '작은 눈'의 이 남자
바쁜 시간을 쪼개 교회에 다니고 있다는 이종호 중부지방국세청장은 삶의 좌우명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변했다.
평소 진솔한 성격으로 직원들로부터 높은 신뢰감을 형성하고 있는 그는, 온화한 성품과 꼼꼼한 일처리 스타일로도 정평이 나 있는 인물.
지난달 중부청장으로 부임한 뒤 직원들과 식사모임을 통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고충과 애로사항을 듣는다고. 사람이 너무 많으면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서 가장 집중이 잘되는 5~6명씩 국과별로 순차적으로 회동하고 있다는 전언.
평소 건강관리는 '기천문'이라는 전통무예로 하는데 '국선도'와 비슷한 호흡과 스트레칭 자세로 구성됐으나 동작 수가 훨씬 적고, 수련 시간도 개인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부드러운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사실 젊은 시절에는 많이 웃지 않아서 깐깐하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요즘에 나이 들면서 의식적으로 웃으려고 노력하니 좀 나아진 것 같다. 사람의 인상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30년 국세공무원 생활을 통해 국세청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자리에 오른 그지만, 그 반대급부로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그는 "가족들은 한마디로 미안하고 부족한 관계"라면서 "조금만 더 참아주면 아내와 자식들에게 나중에 더 잘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옆자리를 든든히 지켜주며 잔소리 한번 없이 묵묵히 믿어준 부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작은 눈이 외모적인 콤플렉스였다는 이 중부청장은 큰 눈을 가진 아내 덕에 아이들 눈은 다 크고 이쁘게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
공직생활을 거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균형감각'이라고 한다.
세정에는 세무조사 분야만 있는 게 아니라 세원관리, 체납, 불복, 인사 등 다양한 분야가 있고 여기서 어떤 분야도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없다는 생각을 가진 열린 마인드의 소유자.
그는 직원들에게 "업무는 열심히 하되 얽매이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업무에 얽매이니 아이디어도 안 떠오르고 효율도 떨어지더라. 그럴 때는 차라리 사무실을 떠나 혼자 조용히 집에서 생각하면 여유가 생기면서 해결책이 떠올랐다"며 업무 노하우를 귀띔하기도 했다.
주량은 소주 1병이고, 좋아하는 애창곡은 박상철의 '무조건'이라고. 부인 김은실 여사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약력]
▲1960년 ▲대구 ▲경북고-고려대 행정학과 ▲행정고시 27회
▲재무부 세제실, 성남세무서 재산세과장, 동작세무서 총무과장, 국세청 국제업무과, 미국 유학,국세청 국제조세2과, 해외파견, 충주세무서장, 천안세무서장, 중부국세청 조사상담관, 국세청 정보개발2과장, 국세청 법규과장, 국세청 법무과장(법무심사국장 직무대리), 국세청 법무심사국장, 국세청 재산세국장,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중부지방국세청장(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