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임기 2년 중임 제한
과세차장, 사무차장 등 '2차장' 체제 구축
'국가세무위원회' 설치…국세청 인사, 세무조사 문제 결정
세무서장 직급 차등화…세수비율 높으면 부이사관 보임
지난 2007년을 끝으로 논의가 중단됐던 국세청법 제정 논의가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설훈, 정성호 의원은 뇌물비리 등 국세청이 안고 있는 고질적 병폐를 없애고,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세청의 인사조직 및 권한·책임을 법률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세청법 제정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김완일 세무사(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자문위원)은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그동안 국세청법 제정 논의 과정에서 나온 구체적인 방안들을 소개하고, 장단점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설훈, 정성호 의원은 이날 보고서와 토론에서 논의된 내용 등을 토대로 국세청법 도입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 국세청장 2년 임기제 도입, 2차장 체계 구축 = 보고서는 우선 국세행정의 중심에 있는 국세청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2년 임기제'를 제안했다.
국세청장도 검찰총장이나 경찰청장처럼 내부위원회(국가세무위원회)를 통해 추천된 인사 중에 선택하는 인사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 국세청장 후보군은 국세청 소속 1급 국세공무원으로 한정하되, 임기는 2년으로 중임할 수 없도록 했다.
청장을 보좌하는 차장을 '2원화' 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기획·인사·예산·감사·국제조세 분야를 총괄하는 '사무차장'과 세원관리 및 세무조사 등 개별 과세업무를 총괄하는 '과세차장' 등 2차장 체제를 제안했다. 청장 직무대리 우선순위는 사무차장, 과세차장 순서로 조정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가칭 '국세연구원'을 신설, 원장을 1급 상당 별정직으로 보임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연구원은 기존 국세공무원교육원 역할에 더해 납세자보호, 탈세방지, 세무조사 절차 등 국세행정 연구와 국세통계연보 작성 실무를 담당하게 된다.
□ 공정위 체제?…9인 '국가세무위원회' 설치 = 보고서는 또 국세청 내부 주요결정 사항을 공정위와 같이 위원회 협의체 형태로 합의·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세청 내·외부 인사 9인으로 구성된 국가세무위원회(가칭)는 국세청장 후보자 추천, 국세청 예·결산, 직원 감찰·징계, 고액·상급체납자 명단공개, 비정기 세무조사 추인, 직제개편 등 주요사항을 의결한다.
위원회는 사무차장, 과세차장, 납세자보호관 등 상임위원 3인과 기획재정부, 대한변호사협회, 세무사회, 공인회계사회, 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한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임기는 3년(보궐위원은 잔임 기간)으로 설정됐다.
회의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회의록은 보관하며 국세청장은 위원회의 심의·결정 내용을 존중하고 따르도록 규정했다.
특히 현행 2급 개방직인 납세자보호관을 1급 상당 별정직으로 격상하고, 국가세무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발언권과 의결권을 주는 방안도 제시됐다.
□ 부이사관 세무서장 시대 열리나? = 보고서는 현재 4급 서기관으로 동일한 전국 111개 세무서장 직위를 경찰조직처럼 업무 규모에 따라 차등화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관할 구역 내 납세자 수, 면적, 세원규모가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1급 지역'에는 필요한 경우 3급 부이사관을 세무서장으로 보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또한 보고서는 국세공무원을 일반직이 아닌 특정직 공무원(1급~9급)으로 구분, 보수·수당을 인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한 정년은 60세로 하며 3급 이상 국세공무원 징계는 기재부 장관이, 4급 이하 직원 징계는 국세청장이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국세공무원은 직무수행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특정인에 대한 세무조사 또는 세무조사 중단, 연기, 종료 등과 관련된 부당한 요청을 받은 경우 자체 감사기구에 즉시 보고해서 의무적으로 감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추가됐다.
□ 제정안 현실성은?…갑론을박 치열할 듯 = 보고서는 이번 국세청법 제정안과 관련해 일부 한계성도 시인했다.
우선 국세청장 임기제의 경우 정치적 중립성 보장의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1998년 검찰청법 제정으로 2년 임기제가 도입된 검찰총장만 하더라도 법 시행 뒤 임명된 13명 중 4명만이 온전히 임기를 마쳤다.
국가세무위원회도 국세청장 고유의 인사권에 영향을 미쳐 국세청의 독립적인 운영에 악영향을 미치고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는 설명이다.
국세공무원 특정직 전환도 비슷한 조세분야 업무를 하는 기재부 세제실, 조세심판원, 안전행정부 지방세공무원, 관세공무원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날 기재부, 안행부 등 관계부처 담당자는 물론 학계, 언론계 등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이날 논의결과를 기반으로 개정안이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될 예정인 만큼 각 기관의 입장이 팽팽히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