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 투명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방책으로 '국세청법' 제정이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가운데 국세청법 제정에 대해 각계의 의견 및 다양한 보완책이 제시됐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설훈, 정성호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국세청법 제정 방향에 관한 토론회를 열고 정부 관계자와 학계, 시민단체, 언론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김완일 세무사(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자문위원)은 국세청법에 포함될 주요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장단점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설 의원과 정 의원은 이 내용과 더불어 토론회에서 제기된 각종 문제점 등을 보완, 6월 중 국회에 국세청법을 정식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 국세청법 제정안, 어떤 내용 담길까? = 보고서는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 및 '국가세무위원회(가칭) 설치' 등을 국세청법 제정의 핵심으로 꼽았다. 아울러 복수 차장 체제(사무차장, 과세차장), 국세연구원 설치 등 내용도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완일 세무사는 국세청장의 정치적 중립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임기를 2년 동안 유지할 것을 제안했다. 또 국세청장 후보는 국세청 소속 1급 국세공무원으로 한정했으며, 청장을 보좌하는 차장을 사무차장과 과세차장 등 2차장 체제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국세청의 주요 행정과 관련한 내용을 연구해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가칭 '국세연구원'을 신설, 원장을 1급 상당 별정직으로 보임 하는 방안도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토론자로 나선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국세청장을 임기 없이 운영하면 임기 불안에 따른 정치적 행동이 수반될 수 있다"며 "이러한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세청법 제정을 통한 국세청장 임기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진 변호사는 사실상의 국세청장 내부승진제 도입과 관련해 "국세청 내부 1급 공무원으로 한정할 경우 대통령의 선택폭이 지나치게 좁아지는 문제가 있다"며 "국세청에서 나온 사람(퇴직 국세공무원)이나 그 외 국세 전문가 중 적임자가 있을 수 있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 '국가세무위원회' 설치…"국세청 쥐락펴락?" = 김 위원은 보고서에서 국세청장 임명 등 국세청의 조직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한 조직으로 '국가세무위원회(가칭, 이하 국세위원회)'설치를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세위원회는 국세청 내·외부 인사 9인으로 구성되며, 이들은 국세청장 후보자 추천, 국세청 예·결산, 직원 감찰·징계, 고액·상급체납자 명단공개, 비정기 세무조사 추인, 직제개편 등 주요사항을 의결한다.
이와 관련해 조 변호사는 국가세무위원회 필요성을 언급하며 "그동안 국세청 행정이나 자료 공개 등이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비판이 있어 위원회에서 결정할 경우 이러한 우려나 오해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매우 강력한 기구를 외부인사로 구성해 국세청의 조직과 업무를 적절히 개방해 세정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영 조세일보 정책팀장은 "국가세무위원회에서 1급 공무원을 국세청장으로 추천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국가세무위원회의 권한이 과도하게 막강하게 설정되어 있다"며 "이 정도 권한이 주어진다면 국세청의 독립적 운영이 불가능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기재부.안행부, "국세청법? 글쎄..." = 한편 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선 정부 측 실무자들은 국세공무원을 특정직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 등을 들며 국세청법 제정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황정훈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과장은 "국세청법은 신중히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세공무원을 특정직화 하자는 것은 조직인사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며 전문성 확보를 이유로 외부 인사를 꺼리는데, 공무원 외에도 전문성 있는 세무전문가는 많다"고 언급했다.
김완조 안전행정부 경제조직과 사무관도 "국세청은 정부조직법이란 일반법에 영향을 받는데 경찰·검찰 등은 예외사항으로 특별법이 있다. 그 이유는 신체나 자유에 대해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세청이 과연 이런 경우에 포함되는 조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남옥 안전행정부 인사정책과 사무관은 "국세청법 제정의 취지가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 확보인데 이는 국세공무원이 아니더라도 모든 공무원에게 요구된다. 전문성 확보는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 세무공무원의 특정직화에 대해 "국가공무원 62만 명 중 교원, 경찰공무원이 47만 명이다. 지금도 많은데 여기에 국세청이 포함되고 이와 더불어 관세청, 기획재정부 세제실 등에서 특정직을 요구하면 특정직 공무원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