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현금거래(CTR) 신고 제도를 악용, 200억원에 달하는 관세 등을 포탈한 은행원 출신의 지능범이 관세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세관장 정재열)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160억원 상당의 양주를 수입하면서 가격을 낮게 신고해 관세, 주세 등 200억원을 포탈한 양주 수입업체를 적발했다고 4일 밝혔다.
서울세관에 따르면 이 업체는 고세율이 부과되는 양주의 세금부담을 피하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실제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허위 송품장(인보이스, INVOICE)을 세관에 제출해 관세를 포탈했다.
최근 젊은층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독일산 양주 예거마이스터의 경우에는 실제수입금액의 3분의1 가격으로 세관에 신고해 탈세했다.
이번 사건의 주모자인 이 모씨는 전직 은행원 출신으로 금융제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2000만원이 넘는 현금출금은 고액현금거래(CTR)이기 때문에 관계당국에 보고된다는 것을 미리 알고 2000만원 이하로 쪼개 출금한 뒤 환전해 밀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피의자 김 모씨는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 이름(속칭, 바지사장)을 내세워 4번씩이나 설립과 폐업을 반복하며 수입업체를 운영했다.
저가신고한 차액은 해외로 밀반출해 홍콩 및 싱가폴 현지에서 해외 판매자의 은행계좌에 입금시켜주거나 직접 건네주다가 세관의 양주업계 전반에 대한 기획조사 끝에 검거됐다.
위스키 등 수입양주 세율은 관세 20%, 주세 72%, 교육세 30%, 부가가치세 10% 등 총 155%에 달해 세금이 수입원가보다 높은 구조다.
이 때문에 수입가격을 조금만 낮춰 수입 신고를 하면 높은 이득을 얻을 수 있어 저가로 수입신고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 서울세관의 설명이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이들 업체가 저가 수입된 양주를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시중에 판매함에 따라, 정상가격으로 수입한 업체는 시장경쟁력을 잃어 해외수출선과의 거래가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며 "앞으로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 정보를 공유해 혐의업체에 대한 수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