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 하나다올신탁)
기원전 마한, 변한, 진한은 제사 지내는 곳을 '소도'라고 명칭하고 신성한 구역으로 지정, 죄인이 그곳에 기거하더라도 그를 잡거나 돌려보낼 수 없어 도둑이 성행했다 한다.
조세법상 이 같은 현대판 '소도'가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와 관심이 집중된다.
신탁법 22조 1항에 따르면 신탁재산에 대해서는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 보전처분 또는 국세 등의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
이를 이용해 악성체납자들이 국세청의 압류직전 모든 재산을 신탁에 맡기면 과세를 피하는 편법을 쓸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법안을 고쳐서라도 조세형평을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알쏭달쏭 신탁법…맡긴 재산은 내 소유 아니다? = 금융조세포럼은 11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에서 '부동산신탁 운영과 과세이슈'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신탁 재산 과세 체계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이국형 하나다올신탁 전무는 "신탁이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공평과세 실현을 위해 조세체납 처분의 허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탁이란 위탁자가 재산을 수탁자에게 이전하거나 수익자의 이익을 위해 그 재산권을 위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탁자는 제3자 혹은 본인 스스로를 수익자로 지명할 수 있다.
골프장 부지 등을 매입해 개발 이윤을 추구하는 토지개발신탁의 경우 취득자인 신탁회사가 세금을 내도록 돼 있어 조세형평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신탁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신탁재산 자체를 과세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실체 이론'과 신탁은 단지 수익자에게 신탁수익을 귀속시키기 위한 도관(導管, Pipe)에 불과하다는 '도관 이론'이다. 한국 및 일본에서는 신탁도관이론이 주요 이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위탁자 대신 수탁자에게 세금 징수? = 위탁자에게 세금을 거둘 수 없다면 수탁자를 납세의무자로 지정하면 된다는 대안도 제시된다.
이국형 전무는 "위탁자의 재산이 수탁자의 소유로 변경됐음에도 여전히 위탁자가 신탁재산을 소유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세법의 입장"이라며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안전행정부를 중심으로 체납된 세금에 대해 과세하자는 시도가 많았다"고 전했다.
신탁자산에 대한 과세는 지난 2009년 6월 대구지방법원에서 최초로 승인된 바 있다. 해당 판례이후 관련 소송이 줄을 이었지만 1년 뒤인 2010년 대법원은 과세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신탁자산의 강제 집행을 금지하는 법안은 최근 안행부에서 개정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포럼에선 지주들이 누진세를 피하기 위해 신탁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땅을 많이 가진 지주들이 누진세가 적용되는 시점부터 부동산 신탁에 가입해 조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지자체 입장에선 걷혀야 할 세금이 줄어드는 것이니 만큼 신탁자산 과세에 대해 적극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