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민·관 경제 5대 단체장 회동이 열렸다.
정부 측에서는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김덕중 국세청장, 백운찬 관세청장, 재계에선 허창수 전경련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이희범 경총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한덕수 무역협회장이 참석했다.
이날 현 부총리는 작심한 듯 기업의 투자를 당부했다.
그는 "경제가 어려운 여건이니 회복을 위해 기업이 투자·고용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노력을 해주면 좋겠다"며 "기업이 경기회복에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있어서 세심하게 배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원장, 국세청장, 관세청장 등 배석한 기관장들을 소개한 후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입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공정한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녹록치 않은 경제상황을 타개할 방안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절실하다는 인식 하에 재계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하지만 이번 부총리와 경제단체장 회동에 경제 분야 사정기관장들을 배석시킨 것과 관련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가 중심을 잃고 너무 앞서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 부총리는 불과 일주일 전에도 공정위원장, 국세청장, 관세청장과 조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현 부총리는 자리를 함께 한 사정기관장들에게 조사활동 수위를 조절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제민주화 정책 방향성이 옳다고 하더라도, 법 집행 과정에서 기업들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해 달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면서 말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여야 가릴 것 없이 현 부총리가 일종의 '월권(越權)'을 행사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여야가 초당적으로 제출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내용들이 과연 기업을 잘 운영하거나 좋은 제품을 만들거나 세금 잘 내고 일자리 창출하는 기업인들 뒷다리 잡는 내용이냐"며 "대통령도 경제민주화 통해 상생의 길 걷자고 했는데 왜 경제수장들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하느냐"고 지적했다.
야권 의원들도 추후 공식적인 석상에서 입장을 분명하게 묻겠다며 비판의 화살을 현 부총리로 돌렸다. 이를 두고 임시국회 입법전쟁을 앞둔 정부와 정치권의 신경전이라는 분석은 물론 정부 정책기조가 바뀐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재계 인사들과의 직접적인 회동은 주변 분위기를 감안할 때 정부로서는 다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특히 조사수행 과정에서 중립성과 독립성이 우선되는 행정집행 기관장을 조사대상인 재계와의 만남에 배석자로 불러낼 명분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 부총리 단독으로 주재하거나 조사와 연관성이 없는 산자부 장관 등과 함께 배석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
부총리 스스로 사정기관장들을 불러 세무조사 등을 공정하게 하겠다고 하면 그동안 각 부처들이 불공정한 조사권을 행사했다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세무조사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날 행사와 관계없이 국세청은 이미 정해진 스케줄대로 정기세무조사를 진행할 것이고, 사후검증 과정에서 탈세혐의가 발견될 경우, 원칙대로 조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 국세청 관계자들도 이날 행사로 세무조사 방향성에 큰 변화가 오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현 부총리가 두 번의 회동을 통해 의도한 효과는 다른 측면에서 구태(舊態)를 답습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상급기관이라는 이유로 기관 독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연이어 하는 것 자체가 과거 수직적 행정운용 마인드에서 비롯됐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역으로 묻고 싶다.
부총리의 발언대로 과세당국이 공정한 세무조사를 한다면,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지. 또한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고 역외탈세를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과 개인이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그 대안은 무엇인가라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