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난 5월 세리사들의 재판소 출정진술권 획득으로 사후적 구제제도가 향상된 반면 사전적 구제제도인 납세자보호제도는 전무하다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일본 총무청에서 발표한 '세무행정 감찰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과세청(국세청, 국세국, 세무서)에서 납세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세무행정이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도 기폭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납세자의 권리를 명확히 한 '납세자 권리헌장'을 하루빨리 제정해 세무행정에서 국민의 권리보호라는 기본이념과 세무조사의 사전통지제도 등을 포함시킨 국세통칙법의 개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물론 이웃인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앞서 제정하기는 했으나 이미 지난 1997년 납세자권리헌장이 제정돼 납세자보호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는 영향도 한 몫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학자, 세리사, 변호사, 시민단체 등 납세자가 직접 팔을 걷고 나선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일본의 납세자권리헌장 제정에 대한 목소리는 TC포럼(납세자의 권리헌장을 만드는 회)이 주축이 되고 있다.
TC포럼(납세자의 권리헌장을 만드는 회)은 지난해 5월부터 국세통칙법 개정법률안을 작성한 이후 청원서명운동을 전개해 전국 100만명의 서명을 이끌어 냈다.
또 올 5월11일에는 전국 대표 82명이 참가한 가운데 중의원 회관에서 '납세자권리헌장의 조기제정을 위한 시민 중앙집회'를 열어 국회청원서명을 제출하고 납세자권리헌장 제정과 세무행정의 운영에 관한 기본이념을 포함하는 국세통칙법의 개정 등 납세자의 염원을 초당파적으로 조기에 실현시킬 것을 요구했다.
특히 지난 6월 TC포럼 정기총회에서는 우리나라의 장안대 김완일 교수(세무사)를 초청해 한국의 납세자권리헌장의 제정과 그후의 동향에 대한 조언을 듣기도 했다.
김교수는 우리나라의 납세자권리헌장제도 제정과 그 후 동향을 설명하고 현재 시행중인 과세전적부심사제도, 세무행정 서비스헌장, 납세자보호담당관제도 등 납세자권리보호제도 전반에 대해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참석자들은 우리나라가 납세자권리헌장을 시행하고 나서 국세청이 외부전문리서치 기관에 의뢰한 납세자 만족도나 외부기관이 조사한 국민 만족도가 월등히 향상된 것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김교수는 전했다.
TC포럼 北野久弘 대표위원은 총회 인사말에서 "납세자권리헌장은 모든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 제정됐다"며 "변혁을 내세우는 고이즈미 신내각의 등장으로 정치가 패션화하는 위험성도 있지만 권리헌장제정 운동이 진행되고, 세무행정의 민주화에 수반된 국세통칙법의 일부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은 당을 초월한 역사적 의의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TC포럼은 앞으로 긴키연락회, 카나가와회, 사이타마회 등 지역회와 긴밀한 협조하에 우리나라의 납세자권리헌장과 관련제도를 연구해 납세자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의 법제화를 목표로 폭넓은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한편 납세자권리헌장은 1977년 독일에서 조세기본법 중 납세자의 권리보호조항을 명문화 한 것을 시작으로 1998년 미국에선 '제3차 납세자 권리장전'의 순으로 납세자 권리보호를 목적으로 한 법률 및 공문서가 제정·공포됐다. 또 영국에서도 지난해 7월 '납세자의 권리법'이 제정되어 8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