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 "역외탈세 징세실적 42% 불과"
국세청 "소송결과 확정되면 상당액 확보 가능"
국세청이 최근 수년간 역외탈세 분야에 조사인력과 예산을 투입 2조원 이상의 세금을 부과했으나, 실제 추징된 세금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천억원대 고액사건이 소송 장기화 등으로 '표류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2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11 회계연도 결산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세청의 역외탈세 추징액 대비 징세실적은 고액사건 포함 시 42.3%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과한 세금의 채 절반도 걷지 못한 셈이다.
국세청이 역외탈세 분야에 관심을 갖고 해외 조세피난처 정보수집 활동을 본격화 하게 된 시점은 지난 2008년 이후부터다. 이는 이 시점 이후 국세청의 역외탈세 조사·적발건수가 대폭 증가한 점에서도 확인된다.
국세청의 역외탈세 적발건수는 지난 2009년 54건에서 2010년 95건, 2011년 156건 2012년 202건 등으로 지속적인 증가추세다.
이에 따른 세금추징 규모도 점차 늘고 있다.
2009년 1081억원이었던 역외탈세 추징금액은 이듬해인 2010년 5019억원, 2011년 9637억원, 2012년 8258억원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는 사상 최초로 역외탈세 추징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국세청은 올해 5월까지 총 83건의 역외탈세 사건을 조사해서 4798억원을 추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역외탈세 분야 예산투입 규모가 점차 늘어 국세청이 확보한 정보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외형적인 역외탈세 추징세액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추징세액이 실제 국고(國庫)로 귀속되는 비율은 몇몇 대형사건 소송 결과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까지 역외탈세 분야 불복소송 가운데 관련 추징세액 규모가 가장 큰 사건은 지난 2011년 4101억원이 부과된 이른바 '선박왕' 사건이다. 이외에도 2010년~2011년 추징세액 700~2000억원에 달하는 3건도 조세심판원 및 법원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다수의 소액사건을 이기더라도 이들 핵심적인 사건을 패소할 경우, 국세청이 부과한 추징세액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조세심판원 및 행정법원 1심판결에서 승리한 국세청이 우세한 상황이지만, 소송기간이 장기화되면서 법원 판단이 바뀔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에 국회는 한해 70~8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국세청 역외탈세 대응활동과 관련, 주요 선진국과의 정보협력을 확대하고 불복청구 및 소송 진행상황을 별도로 관리할 것을 시정요구 사항으로 채택했다.
국세청은 이 같은 시정요구에 일부 거액소송 사건의 소송경과를 관리하고 있지만, 역외탈세 분야 전체 소송사건에 대해서는 관련자료 제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재판에 연루된 개인·기업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세청은 국회의 시정요구를 조속히 받아들여 역외탈세 소송관련 통계를 작성할 필요가 있고,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TIS) 구축과정에서도 관련 통계를 추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과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국세청도 '할 말은 있다'는 입장이다.
역외탈세 추징세액 징수율이 통계작성 여부와의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고, 조세불복 특성상 최종 결정까지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역외탈세 징수율이 낮은 이유는 고액사건의 경우 재판 기간이 수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이라며 "최종적인 소송결과에 따라 실질적인 징수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