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등이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가계 부채 정책 청문회'에 참석 중이다.(사진: 김용진 기자)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 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는 고정 금리, 분할상환 대출을 늘리고 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대응을 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기 위한 부동산 대책이 시행되며 정책이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일자리 확대나 물가 안정 등 근본적이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행복기금과 같이 일시적인 채무 조정을 이용해 가계 부채를 줄이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가계 부채 정책 청문회'을 열고, 가계 부채의 원인을 진단하면서 향후 해법을 모색했다.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부총리)을 비롯해,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 경제분야 수장들이 참석했다.
홍종학 민주당 의원은 "가계 부채 문제는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 정부에서 시행된 채무 조정 제도 '국민행복기금'에 대해서 "미국에서도 200년 전 채무자 빚을 감면해줬는데 100년 후 잘못됐다는 인식이 있었다. 우리는 지금 미국의 100년 전보다 못하다"고 전했다.
김현미 민주당 의원은 "국민행복기금 수혜자가 32만명에 불과하고 지난달까지 8만명이 채택됐다. 대선 공약은 가계 부채를 10% 이하로 줄이겠다는 것이었는데, 현실적으로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무엇보다 경제 성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소득이 늘지 않으면 다른 대책은 다 미봉책이다"며 "중요한 것은 일자리를 늘리고 정부 지원이 미치지 않는 저소득층 등 사각지대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의 채무는 실제로 가계 부채의 가장 큰 뇌관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0세 이상의 소득이 감소하기 시작하며 가계 대출은 2003년 33.2%에서 2011년 46.4%로 급증했다.
또 은퇴 이후 자영업에 뛰어드는 저소득층이 많아지면서 지난해 말 553만명에 달하는 자영업 종사자의 은행 대출은 173조5000억원으로 1년 만에 15조1000억원(9.5%) 늘었다.
지난 4월 시행된 '4.1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도 잘못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은 "인위적으로 주택 가격을 올리는 것은 죽어가는 환자에게 모르핀을 놓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오히려 가계 부채 문제만 늘린다"며 "소득이 줄고 물가가 높아지는데 물가 안정이 아닌 집값 올리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정반대 방향이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금융회사가 경쟁적으로 대출을 하도록 정부가 부추긴 책임이 있는데 저소득층, 자영업 종사자 등 서민들이 책임을 지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두 달밖에 약발을 못 받았다"며 "지난달에는 다시 집값이 떨어졌고 결국 이는 강남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은 "2007년 이후 동향을 보면 집값이 오르면서 주택담보 대출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국민행복기금의 문제점을 개선해나가면서 부동산 대책을 계속해서 시행할 계획을 밝혔다.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부총리)은 "부동산 대책 이후 두 달 동안 주택 거래량은 30% 늘었고 집값도 다소 회복했다. 정부 정책은 집값 상승 정책이 아니라 정상화 대책이다"고 설명했다.
현 장관은 이어 "시차가 있으나 이미 상당한 회복이 시작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주택 가격 상승이 계절적 요인인지 정책 효과인지 분석해보겠다"고 밝혔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국민행복기금에 대해 "빚의 고통으로부터 빨리 해방시키는 게 가장 큰 목적이며, (국민행복기금이)금융의 원리에 어긋나지만 다른 복지 정책과 함께 가야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영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은 "빚의 일부가 감면돼도 나머지를 갚아야 하는 부담이 남아 있어 자활 의지가 미약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