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야심차게 내놓은 중소기업 지원방안 마련이 예정보다 늦춰지고 있는데 대해 근시안적 행정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4월 '중소기업 금융애로 10대과제'를 선정, 올해 상반기까지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하반기가 시작된 현재까지 절반의 과제만을 해결한 상태다.
금감원이 발표한 10대 과제 중 ▲벤처창업기업 신용평가 시 기술력·성장 가능성 확대 반영 ▲중기 대출 관련 면책제도 운영현황 점검 및 개선 ▲중기 해외진출 시 금융지원 강화 ▲정부보조금 회계처리 관련 신용평가 개선 ▲영세기업에 대한 금융컨설팅 서비스 제공방안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개선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소기업 지원은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3개월 만에 해결한다고 공언한 것은 성급한 '실적주의'였다는 지적이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들은 "상반기 내로 10개 과제를 해결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TF운영이 금융당국 혼자 하는 게 아니지 않냐"며 "신용평가 문제도 있고 관계기관과의 협의도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은행 및 금융사들인데 이들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구체적인 마감날짜를 제시하는 것은 당국이 혼자 앞서간다는 지적.
또 각 부서의 업무에 차질을 빚거나 불편을 가중시켜 금융 당국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선안 마련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은행·관계부처 등과) 미세하게 조정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며 "어쨌든 7월 안에는 전부 완료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 관계자는 "기술력이나 성장 가능성으로 기업 신용평가를 한다는 것만 해도 막연한 것 아니냐. 금감원장이 얘기했어도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행보 뒤에는 '도대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는 기업인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여운처럼 남아 있다.
기업인들이 원하는 것은 실효성이 낮은 '무늬만' 현장 행정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는 하소연. 중기 지원 정책을 졸속으로 할 경우 지난 정부에서 시행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며 기업인들의 어려움이 되풀이될 것에 대한 우려다.
한 중소기업의 대표는 "중소기업이 짊어지고 있는 금융애로를 덜어 줄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이 시행되길 바란다"며 "그 정책을 흔들림 없이 꾸준하게 추진하겠다는 금융 당국의 굳은 의지를 보길 원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