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금융기관(은행)들이 지난달 2일부터 본격 시행된 주류구매전용카드 시장 참여를 위해 비상이 걸렸다.
국세청은 주류구매전용카드제도의 조기정착을 위해 주류구매카드 사용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탈루혐의가 없으면 주류유통과정추적조사 대상자 선정시 평가요소에 주류구매카드 사용비율을 추가해 카드사용비율이 높으면 성실사업자로 간주하는 것은 물론 성실납세자 표창대상자 선발시 우대해 주기로 했다.
이에따라 시행 한달여를 맞으면서 가입자수가 주류도매상의 경우 100%, 소매업자들의 경우 약 50%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주류시장 규모는 약7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규모의 외형이 모두 카드거래로 노출됨으로써 국세청은 과세자료 양성화에 따른 탈세 방지와 세수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꺼번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류업계의 경우 어음·외상거래로 이루어지던 결재관행이 현금 결재비율의 제고로 기업의 대손액이 절대로 감소해 주류업계의 재정건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없이 좋은 제도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의 경우 이 사업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전국의 2천958개 주류업자들과 요식업소 등 54만5천690여개(2000년 12월 31일 기준)소매상들의 주거래은행이 바뀔 수 있고 이렇게 될 경우 현실적인 영업상 손실이 뒤따를 수 있기때문에 참여에 '목을 메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참여할 경우 결제은행으로서 수수료 수익(0.14%)도 짭짤하다.
특히 지금은 현금 등 기존 거래와 병행하면서 행정지도사항으로 카드거래제를 권장하고 있으나 내년 1월부터는 제도가 법제화돼 '술은 카드 없으면 못 산다'는 것이 공식화될 경우 시장규모는 엄청나게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와함께 주류구매전용카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코카콜라나 또 앞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의약품 구매 등 예상되는 본격적인 물품구매 전용카드시대에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데서 은행들 마다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주류구매카드제의 주 결재은행으로는 조흥은행과 농협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국세청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민간 자율에 맡긴다는 취지에 따라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회장·이계광)에서 주관해 시행토록해 중앙회는 보나뱅크라는 단말기 공급업체에 일임해 전국 은행들로부터 제안를 받아 공개 입찰 끝에 조흥은행을 최종 선정했다. 농협은 조흥은행이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참여하게 됐다.
또 지난 4월 주류중앙회와 조흥은행과의 계약으로 제도시행을 위해 도매상들의 가맹점 가입 및 소매상들의 회원가입을 시도했으나 일부 지방주류협회 측의 은행 지정에 대한 불만 등으로 지방은행을 주 결제은행으로 선정한 곳도 있다.(대구·경북주류도매업협회/대구은행, 울산·경남주류도매업협회/경남은행, 광주·전남주류도매업협회/광주은행, 제주주류도매업협회/제주은행)
그러나 시행 초기 도매상이나 소매상 모두 특정은행이 카드결재를 독점함으로써 은행이용이 불편하고, 공급되는 단말기의 성능 및 통신장애등의 문제가 발생함로써 제도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도매상들로부터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 이용편의를 위해 타 은행들도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류카드 시장에 참여하지 못한 시중은행들이 참여를 두고 조흥은행과의 이전투구양상을 보이는 것은 여기서 출발했다.
현재 참여하지 못한 국민 기업 서울 신한 외환 제일 주택 하나 한미 한빛 등 10개은행들은 지난달 28일 국세청에 질의서를 내고 현행 주류구매전용카드 시스템으로는 도·소매상이 동일은행을 거래하는 경우에만 이용이 가능하도록 돼 있어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며 주류도매상들이 은행간의 구매공동망 가맹점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함으로써 시장 참여를 위한 전쟁에 불을 당겼다.
이들은 또 주류구매카드 시장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도·소매상들이 기존 거래관계가 있는 은행과 불가피한 거래이탈 등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 만큼 도·소매상이 어느 은행을 거래하더라고 주류구매카드의 이용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며 조기에 제도를 정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흥은행 측의 생각은 정반대다. "최소한의 상도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조흥은행 측은 일단 계약이 된 이상 주결재은행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하지만 현재 지적되고 있는 점포수의 부족 등으로 겪고있는 소매상들의 애로타계를 위해 타 은행들이 소매상들에 대한 주류구매카드를 발행해 거래할 경우에는 가능하도록 문호를 열어두었다.
하지만 비 참여은행들은 각 은행이 도매상의 유치없이 소매상에 대해 주류카드만을 발행해 공동망 거래를 허용하고 이용수수료를 면제하게 됨은 결과적으로 특정은행(도매상 가맹은행)에 카드발행은행의 예금을 수익없이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자신들도 도매상들의 가맹점 가입까지 유치할 수 있도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국세청은 비 참여은행들의 이같은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지금와서 기존의 계약관계를 무시하고 참여를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최소한 일정기간까지는 초기 계약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비 참여은행들의 시장진입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이들 비 참여은행들은 10개은행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구매공동망의 경우 카드의 발행, 도매상의 유치 등에 있어 거래은행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물론 타행 이용에 따른 이용 수수료도 면제하는 것으로 협의가 완료되었다며, 오는 21일부터 구매공동망을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주류구매카드 시장을 둘러싼 은행간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