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발버둥 쳐도 죽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 개인회생제도는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꿈입니다. 정부에서 도와주면 빚을 갚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50대 이모 씨에게 정부의 개인회생제도는 그야말로 '빛'과 같은 탈출구다. 가계 부채 1000조원 시대.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가계 부채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개인회생제도,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저소득층의 빚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형평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정부 재정을 감축시키고 음성적인 브로커를 양산하는 등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 채무 감면 수혜자 누구? 형평성 논란 '여전' =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저소득층의 채무 감면을 지원하는 국민행복기금에 지난 두 달 동안 12만명 넘는 신청자가 몰려들었다. 이 중 지원이 가능한 채무자는 9만3000명(7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행복기금은 소득에 관계없이 6개월 이상 연체한, 50만원~1억원의 빚을 감면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채무 감면 비율은 연령, 급여, 부양가족, 연체 기간 등을 심사해 정해진다.
빚이 1억원을 넘거나 재산 압류 등 사유가 있으면 수혜 대상에서 탈락한다. 채무자들 입장에서도 그렇지만 '형평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
형평성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는 이들이 '개인회생제도'를 통해서 채무 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무한 도우미'라는 안내원을 고용하고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개인회생제도는 2004년 카드 대량 연체를 계기로 설립, 재산보다 채무가 더 많을 경우 신청할 수 있다. 10억원 이내의 빚을 최장 5년까지 분할상환 할 수 있으며 신용을 회복할 수 있다.
파산을 신청하면 평균 1년 정도의 기간이 걸리지만, 빚 전액을 탕감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빚을 갚을 능력이 있어도 채무 감면 제도를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 신청자의 소득은 연평균 563만9000원으로 파악됐다. 1000만원 미만은 54.9%, 1000∼2000만원은 28.4%, 2000∼3000만원은 10.4% 순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을 운영 중인 A씨(50대)는 "국민행복기금이 하우스 푸어들 부채를 탕감해준다는데, 빚내서 집 산 걸 나라에서 갚아주면 제때 갚은 사람은 손해 보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 개인 회생 신청자 50만명, 갈수록 늘어날 듯 = 이 같은 정부의 부채 감면 정책은 자활 의지 있는 채무자의 재기를 돕고 경제활동인구를 늘리는 순기능이 있으나 금융 산업이 성장하는데 장애가 된다는 지적들도 적지 않다.
특히 새 정부가 '금융 한류(韓流)'를 선언하고, 금융 산업과 금융 인재들의 해외 수출을 독려하는 상황에서 은행의 수익성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개인회생제도 신청자는 도입 9년 만에 50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경제활동인구(2495만명)의 2%에 해당한다. 지난해에는 9만368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올해 5월까지 신청자도 4만4172명에 달했다.
개인회생제도 등 채무 감면과 관련한 정보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질수록 신청자 수는 갈수록 늘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1.92%까지 치솟았다. 2011년 3월 0.91%, 지난해 3월 1.48% 수준과 비교해 급격하게 상승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민간 연구 기관의 한 금융전문가는 "박근혜 정부가 공약을 지키기 위해 빚을 감면해주는 포퓰리즘 성격의 정책이 장기적으로 볼 때 금융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인회생제도는 서민들이 감당 못할 빚에서 벗어나 건전한 소비 대중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책이지만 결과적으로 금융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대신 신청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일명 '브로커'들도 활개를 치고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이러한 브로커의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정부의 채무 감면 지원을 받았다가 다시 고금리 사채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