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00조원에 육박하는 공공기관 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해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공공기관 부채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공공기관의 사업조정 및 보유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2013∼201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마련하고,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대규모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기관의 부채가 아무리 많더라도 부채관리를 통해 공공기관에서 퇴출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8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공공기관 부채관리 강화 방안 등을 담은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정부는 지난 MB정권 시절 급속도로 늘어나 현재 500조원에 달하는 공공기관 부채를 축소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공공기관 부채 규모는 지난 2012년을 기준으로 총 493조4000억원에 달한다. 공공기관 부채는 MB정부 출범 이후 2008년 290조원에서 2009년 336조8000억원, 2010년 397조원, 2011년 459조원 등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부채의 증가항목, 내역, 증감원인 등을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www.alio.go.kr)'에 추가적으로 공개하는 등 일반 국민들에게 정보공개를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先자구노력, 後정책지원'을 원칙으로 공공기관 부채관리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이 먼저 사업조정, 보유자산 매각, 원가절감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를 줄이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중장기 부채관리 계획도 마련한다. 2013∼201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마련해 오는 9월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공공기관별 연간 재무전망 달성도 등 이행실적을 평가해 각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한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5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사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사업에 적용하는 수준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를 강화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부채를 발생 원인별로 분석해 부채의 책임성 및 투명성을 높이고자 '구분회계제도'를 도입한다.
구분회계제도란 공공기관의 사업·조직 등의 단위별 경영성과 및 재무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최소단위별로 재무정보를 산출하는 방법이다.
즉 공공기관이 떠앉고 있는 부채가 정부가 주도한 사업을 시행하다 발생한 부채인지, 공공기관 자체적으로 추진한 사업에서 비롯된 부채인지를 명확히 판단하는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인 공공기관 사업에 대해서는 사후 심층평가제도를 도입해 부실한 사업을 계속적으로 추진하는 불상사를 막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와 같은 공공기관 부채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임에도 불구하고, 부채관리를 시행하면서 부채가 많은 부실 공공기관을 퇴출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공공기관의 부채가 과도한 사업 추진으로 늘어났는지, 정부의 정책사업을 시행하다 증가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의 자구노력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이후에 정부 지원을 실시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날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2012년 말로 공공기관 부채는 493조원으로, 작년에 43조원 정도 증가했다"며 "하지만 자꾸 기관 퇴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구분회계를 통해 부채증감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며 "과도한 사업으로 부채가 늘었는지, 정부의 정책사업을 하다가 늘었는지 등을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의 자구노력을 우선하고 정부 지원을 하되, 구분해서 조치 하겠다"며 "부채관리를 통해 퇴출한다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