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은행수수료 현실화' 발언으로 은행 수수료 인상 논란이 촉발된 가운데 정치권이 가세, 논란이 격화될 조짐이다.
최 원장은 지난 16일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 금융 산업 본연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해지고, 지속 가능한 성장도 담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의 정당한 서비스에 합당한 수준의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에 즉각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 건 민주당이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금감원장의 은행수수료 현실화 발언이 여러 가지 의심을 받고 있고,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다"며 "은행수수료 현실화가 서민들의 부담으로 전가돼서는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은행마다 제멋대로인 수수료를 정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은행권 수익보전 방안으로 서민 호주머니를 노리는 형태의 현실화는 절대 안 된다"고 밝혔다. 또한 "최고 수준의 연봉과 성과급 잔치로 기억되는 금융권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역시 22일 은행 수수료 인상 논란과 관련해 "서민에게 수수료를 물려 배불리는 은행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수현 금감원장을 향해 "수수료에 대한 권한은 각 은행의 권한"이라며 "왜 금감원이 쓸데없이 이래라 저래라 나서는가"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수수료 이익은 최근 3년간 큰 변화가 없었고 비중도 전체 수입의 10%정도밖에 안 된다"며 "은행 수익성 악화는 저금리 등 금융거래여건 변화, 임직원 고액연봉, 리스크 관리 부족 등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들이)경영 합리화 등 자구노력을 먼저 해야지 국민들의 주머니를 먼저 털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금융권 수익이 급감하는 이유는 금리가 전체수익의 90%를 차지하는 금리의존 구조 때문"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 때 정부도움으로 살아남는 후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해 수수료에 의존한 수익구조 다변화 한다고 했지만 은행모습 달라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해외은행은 전담부서를 만들어 외국 진출 한국 기업 금융 지원하는데 국내은행은 해외은행에 역할을 빼앗기는 것을 부끄러워 하기는 커녕 우물안 개구리 처럼 연봉 1억 받으면서 수익이 줄었다고 국민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이 내뱉은 발언이 정치권의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최 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은행 실적이 너무 나빠 수익성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의미였다"며 "수수료를 합리화해야 한다는 취지였는데 올려야 한다는 말로 오해된 것 같다"고 한 발짝 물러났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정치권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당혹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 원장이)수수료를 올린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정치인들이 그 말 한마디로 떡고물을 얻어 먹으려고 덤비는 형국"이라며 "다만, 수수료와 관련해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원가분석 등을 통해 시정하도록 할 것이다. 이를 빌미로 금융회사들이 수수료를 부당하게 인상하는 것에 대해서는 엄중 대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