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 예금 대신할 재테크로 각광
쏠림 현상·보안 문제·AS 보완 등 과제
지난해 국내 펀드에 가입한 계좌 수는 1억5329만개. 비(非)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해도 전 국민이 3개 이상의 펀드에 가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는 인터넷을 할 수 있으면 누구나 3000여개 펀드의 수수료와 수익률을 비교하며 고를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이르면 내년 1월에 문을 여는 '온라인 펀드 슈퍼마켓' 이야기다.
하지만 펀드 투자가 항상 플러스 수익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 위기 이후 수많은 펀드들이 무너졌고, 펀드 투자 활성화는 결국 투기를 조장한다는 우려들도 적지 않다.
또 가입자 편중 현상뿐 아니라 보안 문제나 소비자 보호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로 꼽힌다.
□ 펀드 보편화 기대감 'Up', 자산운용사 중 누가 웃을까 = 자산운용업계 전체적으로 볼 때 펀드 슈퍼마켓은 시장의 활로를 넓힌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일부 자산운용사의 펀드에 가입자가 편중되는 현상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대형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 소속의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볼 때 기존의 판매사였던 계열사 눈치를 보느라 온라인 판매에 덜 적극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펀드 슈퍼마켓이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판매 채널을 넓혀줄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반대로 영업점 직원의 역할이 줄어드는 측면에서 브랜드 가치가 높은 펀드에 가입자가 더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영업점 직원이 수수료와 수익률을 기준으로 펀드를 권유하는 과정이 생략되면, 운용 능력을 갖췄지만 마케팅에 취약한 소형 자산운용사들이 판매에서 더 고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해킹 등 보안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온라인 비(非)대면 거래가 금융 실명 거래에 저촉된다는 비판도 있다.
이 관계자는 "보안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야 하는데 시간상으로 촉박한 것은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은행이나 증권사의 영업점에서 판매된 펀드에 문제가 생기면 직원의 책임이 커지는 만큼 애프터서비스(AS)가 철저하게 이뤄지지만,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될 경우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삼성증권이나 KDB대우증권 등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펀드 투자자가 가입 취소를 원할 경우 일정한 기간 안에 조건 없이 환매를 허용하는 등 AS를 강화하고 있다.
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 판매에 대한 책임이 자사에 있으면 아무래도 신중하게 권유를 하지만, 펀드 슈퍼마켓의 경우 AS 등 서비스 측면에서 소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 장기 투자 활성화 필요, 건전한 투자 문화 정착돼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고령화'가 깊어지는 지금, 펀드 투자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재테크 수단이다.
장기간 경기 침체로 예금이자는 낮아지고 물가 인상률은 높지만, 펀드 투자는 비교적 우수한 수준의 수익률을 올리면서 위험이 크지 않아 예금을 대신할 재테크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따라서 펀드 슈퍼마켓이 바람직하게 정착되려면 건전한 장기 투자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높은 수익률만 기대하고 펀드에 투자할 것이 아니라 5년, 1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 투자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펀드 슈퍼마켓이 열리면, 다양한 펀드가 새로 개발되고 가입자들이 부담해야 할 수수료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자산운용사들 간 운용 능력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펀드 상품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