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U법 최종안 보니…STR 금액기준 폐지 등 금융정보 공개범위 '↑'
지난 6월 임시국회 여·야 협의로 박근혜 정부 지하경제 양성화 작업의 핵심 법안인 이른바 FIU법(특정금융거래정보 활용에 관한 법률)이 전격 통과됨에 따라, 향후 과세당국의 권한과 역할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개인정보 침해 논란에 따라 공개 범위가 일부 조정됐지만, 그동안 명백한 탈세행위가 입증된 뒤 세무조사 과정에서만 활용할 수 있었던 금융거래정보를 앞으로 탈세혐의 분석과정에서도 사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고액체납자 등의 체납징수 목적으로도 FIU가 보유한 CTR(2000만원 이상 고액현금거래) 자료 열람이 가능해졌다.
특히 그동안 FIU측에서 금융정보 제공 전에 원데이터(raw data)를 정리, 분석한 뒤 국세청에 통보했는데 앞으로는 CTR 원본 등이 그대로 통보된다. 결과적으로 국세청, 관세청 등 과세당국이 세금추징을 위한 감시활동 '보폭'이 훨씬 늘어난 셈이다.
최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FIU법 개정 후속조치 추진방안'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개혁특위(위원장 민주당 조정식 의원)에 비공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와 함께 현행 거래금액 1000만원 이상으로 설정돼 있는 금융회사의 혐의의심거래(STR) 의무 기준금액이 폐지됐다.
그동안 1000만원, 미화 5000달러 이상 STR자료에 한정해 의무적으로 FIU에 통보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이보다 거래금액이 작더라도 자금세탁 혐의가 의심되면 금융회사 측이 FIU에 의무적으로 알려야 한다.
특히 전신송금(Telegraphic Transfer, 우편송금) 형태로 해외로 자금을 보낼 때 송금인·수취인 성명, 계좌번호, 주소 등을 수취금융회사에 제공하고 국내송금은 STR보고 및 FIU분석이 필요할 경우 주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세무당국의 금융정보 오·남용을 막기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FIU가 국세청 등 과세당국에 CTR 원본을 제공할 경우 해당 금융거래 당사자에게 정보제공 사실을 통보하도록 했다. 다만 증거인멸, 조사 진행 방해 등이 우려될 경우 최장 1년까지 관련 사실 통보를 미룰 수 있도록 했다.
또 FIU원장, 심사분석실장 및 10년 이상 판사경력자 중 대법원장 추천을 거친 인사로 구성된 '정보분석심의회'에서 집행기관의 금융정보 제공여부를 결정하고, 특히 국세청과 관세청이 요구해서 제공받은 금융정보를 탈세조사에 활용한 경우 1년 이내 금융회사에 원본 금융정보를 의무적으로 요청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까지 FIU법 개정안에 따른 구체적인 시행령을 마련하고, 과세당국에 금융정보 제공을 위한 전산시스템을 정비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FIU의 과세당국에 대한 탈세혐의 정보 제공으로 국세청 등이 주도하는 조세정의 실현에 상당 수준 기여할 전망"이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선량한 국민의 사생활 침해 사례가 발생되지 않도록 정보제공 여부에 대해선 엄격히 판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