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수익의 대부분이 거래 수수료(브로커리지)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수수료 부담 때문에 과도한 반복매매를 기피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매매에 대한 결정권을 증권사 직원이 가지는 위탁매매의 경우 수수료 문제가 분쟁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투자자 A씨는 2009년 2월 광화문의 한 증권사를 찾았습니다. 몇 달 전 닥쳐온 금융위기로 ELS에서 큰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위탁 주식매매를 통한 손실회복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계약 후 몇 달 간은 A씨의 얼굴에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증권사에 위임한 계좌 6개 모두에서 이익이 발생한 것입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뿐, A씨에게는 투자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됐습니다. 이듬해 말부터 유럽 재정위기가 고조되면서 주가가 바닥을 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장기투자를 바라보며 버텼던 A씨는 손해액이 점점 커지자 결국 투자를 그만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16억원이 넘었던 원금은 '반 토막' 난 지 오래였습니다.
계약 해지 후 거래내역을 살펴보던 A씨는 분개했습니다. 2년 5개월의 투자기간 동안 발생한 수수료가 자그마치 7억200만원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2010년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의 월평균 매매회전율은 최고 1384%에 달했고, A씨에 눈에는 '수수료 장사'를 위한 증권사의 과당매매라고 밖에 보이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건에 대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판단은 냉철했습니다.
총 거래기간 중 계약 첫 해의 주식매매는 월 평균 매매회전율이 156% 수준에 불과한 등 투자기간 전체에서 과당매매가 발생할 수 없다고 판정, A씨가 지목한 특정기간 동안에 대해서만 증권사의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또 매매내역을 수시로 통보했지만 고객이 그동안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해 증권사가 손해액의 30%를 책임 지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비록 전문가에게 맡긴 계좌라 하더라도 평소 매매경과에 관심을 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