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소득공제 줄고 금융상품 세액공제 전환…세금 '↑'
새 정부 들어 이뤄지는 첫 세법 개정이 직장인들의 월급 통장을 더 가볍게 만들 것인가.
8일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예상했던 대로 세수 확보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재테크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개개인의 세율이 높아지면서 고소득층에 불리한 항목이 많아졌고,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세법 개정에 따른 금융 상품별 투자 손익이나 재테크 전략을 짜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이번 세법 개정 중 금융 분야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축소다.
정부는 내년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현행 15%에서 10%로 낮출 예정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당초 자영업 종사자의 소득을 파악하고 탈세를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됐다가, 수차례 연장되며 카드 사용을 보편화시켰다.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줄이는 대신 카드빚을 줄이는 차원에서 체크카드(은행 계좌에서 결제금이 인출되는 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늘릴 방침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저소득층 근로자들이 신용카드를 이용해 생활 자금을 융통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방법이 오히려 양극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상위의 한 카드사 임원은 "이제는 소득공제 때문에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며 "체크카드 소득공제를 늘릴 경우 은행에 여유 자금이 있는, 소위 돈 있는 사람들이 공제를 더 받는 대신 돈이 없어 외상으로 신용카드를 써야 하는 사람들은 공제를 덜 받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는 사실 카드사의 수익성 측면에서 큰 영향이 없지만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연금 저축을 포함해 금융 상품의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단계적으로 전환될 예정이어서 고액 연봉을 받는 직장인이나 고소득 근로자의 세율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관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이번 세법 개정에 따라 개인의 세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질 것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축소된 세제 혜택 안에서 비과세 상품을 더더욱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정부가 새로 설립할 예정인 금(金)거래소를 지원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은행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정식 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에 한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은행에서 금 거래를 했던 투자자들은 앞으로 금거래소를 이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에서 금 실물거래나 금펀드 판매를 했는데, 금거래소에만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면 아무래도 투자자들이 그쪽으로 몰려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