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첫 세법개정안이 발표 닷새 만에 재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세법개정안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민주당이 13일 서울시청과장에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민주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광장 토론회에는 강병구 인하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최재성 민주당 의원,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집행위원장,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증세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법인세나 고소득층의 감세를 철회하지 않고 중산층 과세를 늘리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번 세법개정안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바라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원점에서 다시 검토된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다. 민주당은 본질적으로 증세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대기업, 고소득층의 세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산층이나 봉급생활자의 과세를 늘리겠다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고액 재산가 감세를 철회하고 정상 과세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기업, 고소득층 두고 왜 월급쟁이만 증세?" = 민주당은 이번 세법개정안의 문제는 증세 자체가 아니라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아닌 농어민, 월급쟁이로부터 세수를 확보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을 꼽았다.
이용섭 의원은 "정부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것에 대해 고소득층 혜택을 폐지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일면 타당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며 "법인세도 수익에서 비용을 빼는데 근로소득자의 비용, 즉 의료비·교육비의 소득공제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의원은 "지원적, 특혜적 성격이 있는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는 세액공제로 가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강병구 인하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직접적인 증세보다 비과세 감면 정리, 세액공제 전환을 통해 간접적 과세를 하려는 노력은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이번 세법개정안은 조세 공평성보다 효율성을 중시했기 때문에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의 GDP에서 차지하는 세수 중 법인세 비중이 높은 편인데 금융자본 거래세가 높아서이지, 개별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율이 높은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소득 상위 10%의 법인이 공제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 대기업에 세제 혜택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또 "개인소득세의 최고 세율은 일본, 스웨덴, 덴마크에 비해 낮은 수준인데, 소득 3억원 구간의 소득이 평균의 9배이면서 최고 세율 37%를 적용받는 경우는 0.2%가 채 안 된다. 이는 고소득층 세금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기업에 세금을 더 물리면 경제적 악영향으로 돌아온다, 감세를 해 투자 활성화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하는데 이 같은 고전적 논리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정부는 부자 감세의 철회를 회피하고 있는데 대기업 중심의 슈퍼부자를 중심으로 한 감세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헌호 소장은 "박근혜 정부의 중장기 세법개정안은 부자 감세, 서민 증세가 맞다. 법인세, 양도세, 종부세, 상속세를 인하하면서 부가가치세, 주류세, 담배세, 근로소득세를 인상한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득 과세의 확대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홍종학 의원은 "금융 소득, 부동산 소득에 대한 세금이 성역화 되고 있다"며 "예컨대 주식투자 소득이나 월세 소득에 대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고 있다. 특히 주택 월세를 받는 부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되지 않아 세금을 안 걷으면서 유리지갑 월급쟁이들에게 불리한 세제다"고 했다.
□ "복지국가 실현 위해 증세 불가피, 방법론 문제" = 강병구 교수는 "저부담·저복지를 넘어 복지국가를 실현하려면 증세는 불가피하다"며 "단, 증세 과정에서 효율성보다 조세 체계 전반의 공평성을 높여야 한다. 증세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세금폭탄론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들도 적지 않았다. 소득 상위 32%가 1만3000원을 더 부담하는 것을 놓고 세금폭탄으로 비유한 것이 오히려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
오건호 위원장은 "이번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5일 만에 바꾸면서 세금폭탄론의 위협을 절감했다. 세금폭탄을 이용해 정부를 공격한 민주당 입장에서는 성과가 있으나 전쟁에서는 고지를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상구 위원장도 "세법개정안의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것이 국민들의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