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오른쪽)이 지난 13일 소득세법 수정대안을 설명하기 위해 새누리당 대표실을 찾은 모습. 이날 정부는 논란이 됐던 소득세 부담 인상 소득기준을 당초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 김용진 기자)
소득세법 수정대안, 3년간 1조원 세수감소
기재부 "고소득 자영업자, 대기업 과세강화로 보완"
국세청 "당초 계획 유지, 추가 조사확대 없다"
지난 13일 정부가 중산층 근로자들의 반발에 밀려 세법개정안을 발표한지 불과 5일 만에 소득세법 수정대안을 제시했다.
당초 논란이 됐던 소득세 증가 분기점을 연봉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높이는 내용이 골자. 또한 연소득 5500만원~7000만원 구간 근로자도 자녀 양육비 등을 고려해 세금 인상수준을 연간 16만원에서 2~3만원 수준으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른 세수감소 효과는 약 44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수치는 1년 단위 효과에 불과하다. 실제로 이번 소득세법 개정으로 박근혜 정부 임기 내 당초 계획보다 1조원 이상의 세수감소가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세법개정 수정안으로 실질적으로 내후년부터 소득세수에 효과가 발생된다고 가정할 때, 2015~2017년 사이 당초 계획보다 약 1조원 상당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번 세법수정으로 부족해진 세수를 현금수입 중심의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탈세조사 강화 및 대기업 투자지원세제 정비, 역외탈세 방지 등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 계획의 현실성에 의문부호가 찍히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추가 재원확보 대책을 살펴보면 올해 초부터 정부가 추진 중에 있거나, 이미 했던 대책들의 '재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세무조사 대상 선정 시 FIU(금융정보분석원)의 금융정보를 활용하고, 대형유흥업소 및 고급주택 임대업 등 현금수입 중심의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들은 국세청이 올해 초부터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역점 추진하는 분야다.
당장 국세청 내에서도 기재부의 발표로 바뀔 것은 없다는 분위기다. 추가적인 세수확보를 위해 조사대상을 더 늘리는 등의 특단의 대책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 중점 아젠다인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올해 초부터 특히 4대 분야(고소득 자영업자, 역외탈세, 민생침해사범, 대기업·대재산가)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번 발표로 바뀌는 부분은 없다. 종전과 같은 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조사인력 등을 고려할 때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당장 조사대상을 더 늘릴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과세강화 방안에 대한 의문점도 지울 수 없다.
기재부가 제시한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세액공제 축소는 이미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긴 내용이며, 대기업 역외탈세 방지방안도 최근 국세청이 대기업 정기세무조사 과정에서 역외탈세 분야 조사를 추가하겠다는 계획과 동일하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근로자들의 반발에 긴급하게 세법을 손질하면서, 이에 따른 세수감소분에 대한 추가적인 재원확보 방안은 '땜질식'으로 적당히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애매한 세수추계는 물론 대책도 지하경제 양성화 및 세무조사 확대로 충당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미 국세청은 기업 조사강화에 따른 재계의 비판여론의 고려해 세무조사 비율을 낮추겠다는 방향성까지 발표한 상황인데, 대책발표로 시장에는 잘못된 시그널도 전달될 소지가 있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향후 기업세제 분야 비과세 감면을 더 줄이고, 세정역량을 집중할 경우 재원확보는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 공약가계부 로드맵의 핵심사항이나 마찬가지인 세법개정 세수효과를 이 같이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한다는 측면에서 정부 전반적인 정책신뢰도는 물론, 향후 박 대통령의 공약이행 현실성에 또 다른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