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부 수정안 긍정적" VS 野 "증세범위 더 좁혀야"
연말 세법심의 난항 예고…세법개정안 대폭 수정될 듯
지난 13일 정부가 공식 발표 5일 만에 소득세법 수정 대안(소득세부담 기점 연소득 3450만원→5500만원 상향 조정)을 제시하면서, 유리지갑 근로자들의 성난 민심은 다소 잦아든 모양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정부의 수정대안이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연말 세법심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과한 뒤에야 최종적인 세법효력이 발생되는데, 정치권 분위기상 심의과정 자체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번 정부의 세법 수정대안에 정반대 반응을 보이며, 연말 세법심의에서 '대립각'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세법심의를 결정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의원 수가 동등하다는 측면에서 어느 하나 쉽게 넘어갈 부분이 없다는 평가다.
□ 소득세, 與 "정부안 존중"vs 野 "과표 조정해야" = 우선 가장 논란이 된 근로자 소득세 문제와 관련, 정부의 수정대안에 여야는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새누리당은 정부가 소득세 부담을 사실상 연소득 7000만원 수준으로 높은 부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당초 세부담이 늘어나는 분기점이 연소득 3450만원이었던 원안에는 상당한 부담이 있었는데 수정안은 당초 증세인원이 절반이상 줄어 어느 정도 수용할 수준이라는 분위기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서민·중산층의 지나친 세부담 증가 반대, 고소득·전문직 자영업자 과세 강화 등 당이 요구한 대로 (정부가) 세제개편 수정안을 마련해 왔다"면서 "공평과세가 강화되는 실질적 세제 개혁안을 국민께 보여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관련 브리핑에서 "정부 수정안에 대체로 공감했다"면서 "일부 의원들이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는 말도 있었지만, 상임위에서 국민과 야당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은 정부 수정안을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재벌 대기업에는 세금 부과할 생각이 없이 앞으로 5년간 감세해주고, 중소기업에는 세금을 실질적으로 올리려는 것"이라면서 "우선 당장 넥타이 부대가 겁나니 이렇게 하려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현재 당론차원에서 소득세법 수정대안을 제시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소득세 최고세율(38%)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을 현행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내리자는 것인데, 이렇게 바뀔 경우 전체 근로자의 0.5%인 약 8만3000여명의 고소득 근로자에게 약 7000억원의 소득세 증세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교육비, 의료비 등은 필요경비 측면을 고려해 기존 소득공제 형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부족한 세수는 대기업 법인세율 인상 및 대재산가 상속·증여세 강화 등으로 보충하자는 입장이다.
정부는 민주당의 행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기재부 김낙회 세제실장은 지난 13일 세법수정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주장하는 최고세율 조정안과 비교할 때 정부안이 재원조달과 세부담 형평성 측면에서 더 나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법인세, 野 "대기업 25%로 인상" VS 정부 "검토 안한다" = 현재 여론은 소득세 분야에 집중된 상황이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법인세 분야에서도 정부와 야당 사이에 '난기류'가 형성된 상태다.
야권은 정부가 근로소득자로부터 십시일반을 거론하기 전에,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법인세 감면혜택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나 정부는 기업경쟁력 강화와 경제활성화 측면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민주당은 현행 법인세 3단계 과표구간(▲2억원 이하 10% ▲2~200억원 20% ▲200억원 초과 22%)를 조정, 과표 500억원 초과 법인세율을 25%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3조4992억원의 추가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낙회 세제실장은 지난 브리핑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부안대로 세법을 고쳐도 추가 복지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인세율 인상문제는 명목세율 인상, 세목신설 등 실질적 증세를 당분간 하지 않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과도 상반되는 것이어서 연말 세법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소득세 과표조정 문제도 같은 개념에서 '사실상 증세'로 판단,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밖에 부가세 분야 의제매입세액공제 축소안,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대상 축소 등 야권이 반대하는 내용도 상당하기 때문에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 원안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치권 협의결과에 따라 상당부분 손질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재위 조세소위 소속 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박근혜 정부 5년간 재정수지 적자가 10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소득세, 법인세율을 인상하고 재벌 비과세·감면을 줄이면 월급쟁이 세금은 올리지 않고 정부 재정부담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