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사진 = 청와대 제공)
'정치실종=불통' 대야관계 악화 자초…'친박'실세만 '소통'
지지율 고공행진, 소통 불능 초래…통큰 정치 실종 어쩌나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은 말 그대로 '일방통행'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정운영의 수장인 대통령이 '정쟁'에서 뒤로 물러나 또 다른 국정파트너인 야당과 척을 지는 것은 물론, 여당관계에서도조차 '불통'을 반복했다는 것.
'소통 불능'으로 '정치가 실종됐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이 때문.
여당은 청와대의 '독주'로 사실상 따라가기 급급하거나, '뒷수습'을 해야 했고 야당과는 6개월 내내 '갈등'만 벌이며 지금의 정국경색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현재 고공행진을 하는 여론조사를 낙관하기보다 ‘소통 불능’상태의 지속으로 초래될 사회분열과 정쟁을 앞으로 고민해야할 것이라는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 '정치실종=불통'…야당 무시(?) = 박근혜 대통령의 6개월 평가에서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은 '불통'으로 인한 '정치 실종'이다.
특히, 야당과의 관계에서 '국정 파트너'로서 존중하기보다 여당보다 더 야당과 대립하며 갈등을 키워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출범 직후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서 야당과 타협하는 '큰 정치력'을 보이기보다 원안을 고수, 야당과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4월 민주당 지도부와 첫 회동을 가지며 대야소통강화에 나섰지만 국정원 댓글사건 등 대선개입 의혹들이 불거지자 여당이 ‘NLL 발언’으로 맞불을 놓은 후 다시 대립각을 세웠다.
급기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까지 나서 민주당을 향해 "정말 더 이상 국정원 사건을 박근혜 대통령과 연관시켜 가지고 국기를 흔드는 일을 멈춰주기를 바란다"며 대선불복 여부 입장을 밝힐 것을 종용하는 등 대야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또한 국정원 사태로 '장외투쟁'을 선언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의 회동 역시 '3자'냐 '5자'냐를 놓고 여전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 수직적 '당청관계' 여전…친박 실세만 소통하나 = 여당과의 관계도 결코 부드럽지 않다. 내놓는 정책마다 당과 협조가 안 돼 '불협화음'이 나 당내에서도 지도부와 청와대의 소통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청관계의 '불통'은 박 대통령 취임 전부터 불거졌다. 인수위 시절, 인수위원들의 '인터뷰 불가' 원칙으로 새누리당은 당내에서조차 신문을 보고 박근혜 정부의 청사진을 읽을 수밖에 없었고,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서 '뒤처리 담당반'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당청소통'을 강조하며 선출된 최경환 원내지도부 역시 청와대에 할 말을 하겠다며 기대를 모았지만 청와대 '뒷수습'과 '따라가기' 행보는 여전했다.
당정협의로 발표된 세제개편안임에도 '월급쟁이 세금폭탄'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박 대통령은 하루만에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
하지만 당은 대통령의 지시를 사전에 알지 못했고 대통령 대신 '사과'를 했다. 기획재정부가 만들어내고 청와대가 '재가'해 발표한 세제개편안임에도 박 대통령은 마치 자신과 '무관한' 제3자의 입장에서 사안을 대했다.
국정원 사태 관련 국정조사와 'NLL 발언'논란 과정에서 '윤상현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와대의 소통은 친박 몇 사람에 의해 이뤄졌다.
친박 실세라는 '이정현-최경환-윤상현' 라인이 주도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언론인을 상대로 한 박근혜 정부 핵심실세 여론조사에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과 최경환 원내대표는 각각 1,2위였고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4위를 차지했다.
□ '대야소통' 강화 한목소리, '통 큰 정치' 주문 =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 대표와 만나지 않으려는 것은 문제"라고 박 대통령의 대야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국운영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야당협조는 불가피하다"며 "김한길 대표를 만나면 결국 김 대표의 당내입지가 서기 때문에 야당 협상력을 끌어낼 수 있다. 근데 그런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지금 지지율이 높은 것은 대북정책이나 외교 등에서 점수를 얻은 것이기 때문에 냉정하게 봐야한다"며 "계속해서 국내 문제가 정쟁으로 치달으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도 언론인터뷰를 통해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 대통령이 되는 순간부터 정치를 멀리하려고 하고 자기는 정치인이 아닌 것처럼 행동을 해왔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그런 대통령의 태도가 국정을 부실하게 또는 국정이 꼬이게 만드는 원인"이라며 '소통'을 거듭 강조했다.
'친박계' 핵심관계자도 "친박들끼리도 소통이 안 되고 있다. (충성심 높은) 몇몇 사람들만 데리고 국정운영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지금 좋은 평가를 받아도 이런 식으로라면 임기 내내 (지지가)유지가 되겠나"라고 우려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통 큰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MB 정부 때도 '불통'이 문제되지 않았나. 청와대가 나서서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여야하는데 너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면 결국 부담되는 것은 정권"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