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정금공 통합, 5년 만에 민영화 '물거품'
수은·무보 통합 보류…수출지원 2원 체제 유지
자회사 매각, 대우증권 안 팔고 KDB생명은 매각
새 정부의 금융 부문 4대 과제 중 하나인 정책금융 개편안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당초 중첩된 업무를 합쳐 하나의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무산됐으나, 정책금융의 중추신경계라 할 수 있는 산업은행과 한국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하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나머지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기존의 체계를 유지하되 중복 업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27일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과 산은금융지주(KDB금융그룹),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해 대내 정책금융 기능을 단일화하고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산은 민영화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통합 산은은 내년 7월 1일 출범하며 기업 구조조정, 회사채 인수, 신(新)성장 산업 지원, 투자형 정책금융을 수행한다. 기존 정금공이 맡았던 온렌딩(on-lending) 및 투자 업무는 산은 내 정책금융본부에서 수행한다.
고승범 사무처장은 "창조 경제 지원에 정책금융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불필요한 업무를 정리하고 한정된 재원의 효율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5년 만에 무산된 산은 민영화, 소매 금융은? = 통합 산은 출범에 따라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산은 민영화는 5년 만에 물거품이 됐다.
김정각 산업금융과장은 "글로벌 금융 위기 상황에서 상당한 환경 변화가 있었고 다른 나라도 다 마찬가지다. 2008년 당시에는 (민영화가)최선의 판단이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은은 그동안 민영화 추진을 위해 개인예금을 늘리면서 소매 금융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앞으로 지점 확대나 신규 예금 유치는 중단하되 소매 금융 자체는 점진적으로 줄일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는 산은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은 열어뒀다. 김정각 과장은 "구체적 시기나 정부가 가져야 할 최소 지분은 확정한 것이 없다. 가능성만 열어뒀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금공의 경우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김정각 과장은 "산은금융지주 인원이 730명 정도인데 2008년 대비 늘었다. 인력 증가가 효율일 수 있고 비효율일 수 있는데, 연차에 따라 단계적으로 산은에 흡수될 것이며, 영향은 미미한 정도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정금공의 직접 대출 자산은 산은에, 해외 자산 약 2조원은 수출입은행에 이관된다.
선박금융공사의 수립은 당분간 보류되며 기존의 정책금융기관에서 맡는다.
■ "자회사들 매각 절차 남아, 대우증권은 매각 안해" = 정책금융과 연관이 적은 산은캐피탈, 산은자산운용, KDB생명은 매각 절차를 밟게 된다. 단, KDB대우증권과 KDB인프라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다.
구체적인 매각 시기나 방법은 시장의 수요를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다.
김정각 과장은 "매각을 하고자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상황을 봐야 하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감안해 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증권과 관련해서는 "나머지 매각 작업과의 연계성을 생각할 때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류했다"고 밝혔다.
■ 수은·무보 2원 체제 유지…신흥국가 수출 지원 집중 =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통합은 일단 보류됐다. 그러나 두 기관의 건전성이 그리 안전하지 않다는 평가가 이번 논의 과정에서 나왔다는 게 금융위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수은은 2017년까지 고(高)위험 및 단기 여신 비중을 전체의 77%에서 40% 이하로 줄인다.
무보의 경우 단기 보험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며 그동안 독점했던 수출보험은 민간에 개방한다.
김정각 과장은 "수은의 건전성 감독을 유지하되,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와 관련한 신용공여 한도를 책정할 때에는 예외를 적용하고 금융감독원 검사를 완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