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지난달 29일부터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 금지되자 이를 앞두고 BW의 발행이 봇물을 이뤘다. 이로 인해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분리형 BW를 이용한 주가조작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당국이 분리형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금지한 표면적 이유는 기업주들의 지분 늘리기나 편법적인 상속·증여를 막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분리형 BW의 발행이 금지되기 직전 수십개의 상장기업들이 일제히 BW 발행을 공시하고 나서 그만큼 대주주에게 매력적인 회사채라는 것을 입증시켜줬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작전세력의 주가조작으로 인한 주식시장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고있다.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권으로 원금과 이자에 대한 청구권인 채권과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이 분리되어 별개로 매매되는 채권이다.
이렇게 권리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작전세력이 개입할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더구나 신주인수권을 이용한 시세조정행위는 비교적 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에 선호하는 수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건전한 경영보다는 개인의 재무적 이익에 관심이 많은 대주주가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소위 선수로 알려진 주가조작 세력과 손잡고 BW를 발행하면서 작전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일반 주식발행은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사모형태의 회사채 발행은 이사회 결의만 거치면 가능하도록 정관에 규정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한없이 발행할 수 있는 장점을 이용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분리형 BW의 경우 원금과 이자를 청구할 수 있는 채권과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분할 됨에 따라 채권은 제2금융기관이나 사채업자 등이 인수하고 신주인수권은 별도의 거래로 대주주와 작전세력이 따로 배분해서 보유하는 구도가 가능해진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검은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주주가 개입되는 주가조작의 경우 BW 발행 후 해당기업은 모집된 자금으로 주가에 호재가 될만한 신규 사업을 벌이거나 이슈가 될 만한 회사를 인수합병함으로써 주가를 의도적으로 부양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영행위를 결정하게 된다. 상장회사측에서 호재가 되는 재료를 잇따라 내놓는 시기는 작전세력이 주가를 띄우기에 좋은 타이밍이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주가가 정한 목표가에 도달할 즈음이면 작전세력들은 서로 순서를 정해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유지분을 처분하고 빠져나오는 수순을 밟는다.
여의도의 한 전업투자가는 "물량이 많을 경우에는 수수료를 지불하고 데이트레이더들을 동원해 보유 지분을 처분하는 경우도 있다"며 "가끔은 공시에 홀린 기관투자가들도 매수대열에 동참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작전에 참여하는 세력들은 위험한 게임이 벌어지는 만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저마다 보호장치를 마련하게 된다"고 말했다.
작전에 직간접으로 관여하는 BW인수자들은 높은 금리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BW의 표면금리가 낮은 대신 대주주에게 손실보장각서, 주식 또는 기업주 지분을 담보로 요구 하거나 내부자 정보에 해당하는 사업계획서 등을 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주주의 경우 주가조작 시비에 휘말리거나 감독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신주인수권을 통상 직접 보유하지 않고 명의신탁 형태를 취한다고 한다. 대주주의 경우 주식을 사고 팔 때 엄격하게 감시를 받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들이나 대주주가 신주인수권증권을 선호하는 것은 행사가격을 결정할 때 유리한 조건에 놓이기 때문이다. BW는 발행 시에 행사가격이 정해진다. 그런데 주가가 하락한 경우에는 행사가격이 재조정되지만 주가가 오른 경우에는 낮춰진 행사가격이 다시 높아지지는 않는다. 그만큼 매력적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이 작전세력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는 BW를 발행하는 경우 자금의 용도와 사업의 내용을 살피는 신중함과 함께 인수에 참여하는 기관의 성격과 금리, 신주인수권증권 등의 향방도 꼼꼼하게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증권사 관계자는 “특히 사주의 지분율이 높거나 자본금이 적고 발행 공시 이전 기간(3개월 정도) 주가의 움직임이 심하거나 거래량 변동이 심한 회사의 경우 한 번쯤 의심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