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의 기본원칙은 발생한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입니다. 소득이 없는데 세금이 부과된다면 납세자 입장에서 그보다 억울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종종 부주의와 증거 부족이 이 같이 억울한 일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기록상 양도로 표기되어 있다면 과세관청은 양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양도로 인해 소득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그에 대한 입증책임은 납세자가 짊어지게 됩니다.
사기피해로 집을 양도하게 된 A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A씨는 과연 사기로 인해 집이 양도됐다는 사실과, 이 때문에 소득이 한 푼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을까요?
□ '사기 사건'의 전말 = A씨는 지난 2010년, B씨로부터 대형 슈퍼마켓 사업에 자금을 투자하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나중에 집을 반값에 구매하게 해준다는 B씨의 얘기에 혹한 A씨는 여유자금이 많지 않았지만 투자를 결심하게 됩니다.
그렇게 몇 차례에 걸쳐 슈퍼마켓 사업에 돈을 투자한 A씨. 슈퍼마켓이 이런저런 핑계로 오픈시기가 늦춰지고, 자금도 바닥을 보였지만 A씨는 이미 투자된 자금을 받기위해 투자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A씨는 대형 슈퍼마켓의 대표이사 C씨를 만나게 됩니다. A씨는 C씨에게 "더 이상 자금이 없다. 대출도 이제 불가능하고 남은 건 얼마 전 분양받은 아파트 뿐"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러자 C씨는 "슈퍼마켓의 구비물건만 채워 넣게 도와 달라. 구비물건만 가져오면 슈퍼마켓은 정상적인 운영을 할 것"이라며 "분양받은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준다면 곧바로 갚아주겠다"고 A씨를 설득했습니다.
이에 A씨는 매매용 인감과 등기권리증을 C씨에게 맡겼지만, 며칠이 지나도 C씨에게 소식은 없었습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 A씨.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이미 아파트 소유권은 C씨에게 이전된 상태였습니다.
이후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된 A씨는 C씨를 사기죄로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파트 소유권이 이전됐다는 이유로 A씨에게 거액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 것입니다. 소득이 없음에도 세금이 부과된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심판원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 "사기에 의한 양도다"vs "매매계약서상 정당한 양도다" = A씨는 심판원에 사건의 전말을 설명한 후, "아파트 소유권이 이전됐더라도 채무변제가 되지 않아 담보대출 이자까지 내가 갚고 있고, C씨는 이미 신용불량자로 아파트를 취득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못 한다"고 호소습니다.
그는 이어 "아파트의 소유권이전은 사기에 의한 것이고, 양도소득세를 과세 처분한 과세관청의 처분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부동산등기신청서 부본 및 매매계약서 사본에 의하면 A씨와 C씨가 쌍방계약에 의해 아파트를 매매하기로 약정했음이 확인됐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현재까지 A씨에서 C씨로의 소유권이전이 무효로 확정되거나 사기행위 등 매매원인이 무효가 될 만한 사유가 발생돼 매매계약이 해제된 형사사건 판결이 확인된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원인무효 등으로 소유권이 환원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파트가 제 3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며 "양도소득세를 과세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관계와 증빙서류를 살핀 심판원 역시 과세관청과 같은 이유로 A씨에게 부과한 과세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심판원은 "A씨는 사기에 의해 아파트의 소유권이 이전된 것이기 때문에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아파트의 소유권이전 등기가 접수돼 소득세법상 양도시기가 도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매매계약서에 '매매대금을 일시불로 지급 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고, 이 금액이 양도가액이 아니라는 객관적인 증빙서류가 제시되지 않은 점 등으로 볼 때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결정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