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주최로 한 달에 한번 열리는 서민금융 상담 행사.
이 자리는 자금 융통이 어려운 저소득층, 자영업 종사자, 외국인 근로자들이 손쉽게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소득이 적거나 신용 등급이 낮아 평소 고금리 대부업 대출을 받아야 하는 서민들도 이날은 낮은 이자에 은행 대출을 받는 행운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금감원장뿐 아니라 주요 시중은행의 은행장을 비롯해 서민금융과 관련된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대규모로 참석하며 서민들의 고충을 직접 듣고 대출을 지시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국가기관인 금감원이 나서 이러한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제도의 홍보를 통해서 서민금융을 접하기 어려운 경제적 약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국가적 차원의 금융 지원을 해 실제로 현장에서는 유리한 조건의 대출이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회성 행사에 그치거나 보다 깊이있는 상담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들도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더군다나 이날 상당수의 은행장들은 다른 일정 때문에 급하게 자리를 비우며,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에 불과했다는 비판도 일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은행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외환은행, 기업은행, 한국씨티은행, 한국SC은행, 수협은행 등 10곳입니다.
상담이 시작된 지 10여분, 절반인 5곳 넘는 은행장들은 자리를 떠났으나 이 사실을 곧바로 들키고 말았는데요.
상담을 마치고 은행들이 마련한 창구를 둘러보던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과 최수현 금감원장은 은행장들 모습이 보이지 않자 다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부산 출신의 김정훈 위원장은 "여기는 행장님 어디 갔노?"를 연발했고 최수현 원장은 "부행장님이라도 계셔야 하는데…"하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동안 서민금융 행사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면서도 실효성이 적다는 부정적 시선들이 있지만, 사실 많은 서민들에게 도움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이날 상담을 신청한 고령의 한 시민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아는 것이 없어 정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도움을 받을 길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대출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왔는데, 큰 소득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은행들 입장에서 소득이 적고 신용 등급이 낮은 계층에 대출을 해주는 것은 수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금융 위기를 계기로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도 이를 모른체 할 수 없기에 서민금융 전용 점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국은행연합회 한 관계자는 "서민금융기관들이 무너지면서 이들을 돕기 위한 공적 금융의 책임이 은행으로 넘어왔는데, 은행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비록 수익성에 도움이 안돼도 그동안 이에 지나치게 소홀했던 것을 감안해 조화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민금융이 당장에 큰 성과를 내기는 힘들지만, 이렇게 정부와 금융 당국, 국회가 다같이 힘을 합쳐 서민금융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긍정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정부의 의지만으로 될 일은 아니며, 은행들의 공감을 좀 더 이끌어내지 못한 점은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