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금품비리로 실추된 기관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국세청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세청 고위직(본·지방국세청 국장급 이상) 간부들을 대상으로 사상 초유의 '행동규제책'을 꺼내드는 등 고강도 자정 드라이브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9일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발표한 자정대책의 핵심은 본청과 지방국세청 국장급 이상 고위공직자은 원칙적으로 100대 기업 및 관련 지주회사 사주 또는 임원, 고문을 포함해 해당 기업 세무관련 업무를 수임한 세무대리인까지 사적 만남을 금지한 것이다.
골프 라운딩과 함께 점심, 저녁 등 식사 자리도 갖지 말라는 엄중한 '지령'이 내려졌다. 이를 위반할 경우 수위의 경중, 회수 등을 감안해 하위직 직원들보다 더욱 강한 패널티를 부여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사무실 등 업무 관련 장소에서의 만남, 동창회 등 사회통념상 이해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만남을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국세청 안팎에서는 사적 만남 금지대상 100대 기업이 도대체 어디냐는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기준만 알렸을 뿐, 세부적인 내용은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만나지 말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금지대상 기업 리스트도 알려야 하는 행동을 조심하지 않겠느냐. 일일이 100대 기업 소속 임직원인지 확인하고 다니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단 국세청은 100대 기업은 전년도(2012년) 매출 기준으로 잡았다는 설명이다.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에 포함되지는 않더라도 100대 기업의 관련 지주회사(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도 사적 만남 금지대상이라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은 삼성전자, SK에너지, 한국전력공사, GS칼텍스, 현대자동차, 포스코, S-OIL, 한국가스공사, LG디스플레이, 기아자동차 등이다. (상세 리스트 표 참조)
다만 전경련이 집계한 리스트는 금융업이 제외됐다는 점(2011년 매출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 포함 금융사 : 우리은행, 삼성생명, 국민은행, 신한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중소기업은행, 하나은행, 삼성화재, 한국씨티은행, 대한생명, 교보생명, 외환은행,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동부화재, 코리안리재보험, 신한카드, 메리츠화재, 하나대투증권, 신한생명, 대신증권 등), 최상위권을 제외하고는 매년 부분적인 변동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액 기준 상위 200위권에 포함되는 기업들이 사실상 모두 '사적 만남' 금지대상이라고 봐야 한다.
국세청은 본청과 지방국세청 국장급 이상 고위간부를 대상으로 우선 실시한 뒤, 단계적으로 하위직까지 행동규제책을 확대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편의상 100대 기업과 지주회사 등을 사적 만남 금지대상으로 규정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크기를 떠나 모든 기업의 임직원들과 사적 만남을 자제하라는 뜻"이라며 "고위공직자부터 우선 규제한 것도 이번 쇄신방안을 고위직들이 주도적으로 실천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