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세관에서는 '미풍양속'을 해치는 음란 성인용 물품에 대한 자유로운 수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음란서적이나 도화(그림), 음반, 조각 및 이에 준하는 물품들을 규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음란물들은 버젓이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고 우리 사회 또한 더 이상 성인물들을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그런 꽉 막힌 사회에서 탈피한지 오래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세관당국의 수출입 규제는 사회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구석이 많습니다. 게다가 해당 성인물들이 어느 정도 미풍양속을 해치는 것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도 있어 이를 둘러싼 수출입업자와 세관당국의 다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수입업자 A씨는 여성의 성기를 형상화 한 '남성용 자위기구' 물품 12개를 수입하기 위해 관세청에 수입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관세청으로부터 해당 물품이 사회 풍속을 저해하는 '음란한 물건'에 해당, 통관을 허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A씨는 관세청이 객관적인 판단 없이, 단지 남성용 자위기구라는 이유로 통관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관세청의 통관보류처분은 위법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 "노골적 형태도 아니고, 용도 설명 없이는 뭔지도 몰라" = A씨의 주장은 해당제품(남성용 자위기구)은 여성의 성기를 노골적으로 묘사함이 전혀 없으며, 성기구라는 용도에 주목하지 않으면 그 용도가 자위기구인지도 알기 어려울 정도의 형태라는 것입니다.
이에 "해당제품이 일반인들에게 성욕을 자극, 성적흥분을 유발하고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물건으로 볼 수 없고 사람의 실제 피부색과도 차이가 크다"며 "남성용 자위기구가 풍속을 해친다는 관세청 주장은 부당하며, 통관보류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A씨는 또 "비록 자위 기구의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며 "성기구 사용 여부는 국민 개개인의 성적 자유에 속하는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관세청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관세청은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A씨가 수입한 물품은 충분히 그 자체로서 성욕을 자극하거나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반박했습니다.
특히 관세청에서는 이러한 남성용·여성용 자위기구에 대해서는 풍속저해물품이라고 판단해 일관되게 통관을 보류하는 관행을 지켜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 심판원, "자위기구라는 이유만으로 수입금지 부당" = 남성용 자위기구가 사회 풍속을 저해한다는 관세청의 주장은 일견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관세청이 이번 유사한 사례에 대한 법원 판례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 모양입니다.
지난 2008∼2011년까지 대법원은 자위용 물품에 대해 "해당 물품들이 모두 음란한 물건이라거나 풍속저해물품이라고 단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관세법의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해서 수입통관을 보류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일관되게 판결한 바 있습니다.
결국 심판원도 대법원 판례 등을 기초로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A씨가 수입하려던 물품은 성기구라는 용도에 주목하지 않으면 자위기구라는 사실을 알 수 없을 정도"라며 "그 형태상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거나,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음란한 물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심판원은 "자위기구라는 이유만으로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것은 그 물품의 잠재적 소비자인 국민 개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며 "수입통관보류 처분은 부당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참고 심판례 : 조심2013관01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