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중산층 세부담이라는 오명을 쓴 '세법개정안', 세수 부족으로 인한 재정절벽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무능력 경제팀' 등 올해 기획재정부는 사연도 많고 곡절도 많이 겪었다. '가지 많은 나무엔 바람 잘날 없다'는 옛 속담처럼 말이다.
특히 내년도 예산편성에 있어 공약실천과 재정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다 보니 부처 곳곳에서 '힘들다'는 하소연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본디 응원이란 지치고 힘들 때 일수록 필요한 법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획재정부 전체 직원들에게 현 경제상황을 축구로 비유해 선제골을 넣은 뒤 수비에 치중하는 자세보다는 선제적으로 움직여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이 필요하다는 응원(?)메시지를 보냈다.
인사치레식 응원과는 분명 달랐다. 메시지의 제목부터가 '선제골 넣은 뒤 지키는 축구로는 최후 승자가 되기 어렵습니다'라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현 부총리는 지난 15일 추석을 앞두고 기재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최근 금융시장 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이만하면 됐다'고 안심하는 것은 축구로 비유하면 선제골을 넣은 뒤 수비에 치중하는 소극적인 자세"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게임이 끝날 때 까지 경기 흐름을 공세적으로 지배해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이 필요하다"며 직원들의 긴장감을 당부했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곧바로 국회 업무가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법개정안, 예산안,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등이 줄줄이 국정감사 대기 순번으로 올라와 있는 상태다. 그러나 번번이 국회의 제동에 막힌 정책 법안들로 인해서인지 현 부총리도 직원들에게 정책수립보다는 국회통과에 온 신경을 집중해달라고 주문했다.
현 부총리는 메시지를 통해 "정책수립이 10이고 실행이 90이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지금은 정책수립이 10이고 국회통과가 90이라는 자세로 국회에 집중해 달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를 둘러싼 정책공간이 좁다보니 세법개정안과 예산안을 만들면서 운신의 폭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국회 심의과정서 정치권과 언론,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지적이 많겠지만 모두 소중한 현장목소리로 여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 우선' 조직문화만 강조돼 기재부 직원들도 반발한 만도 한데, 현 부총리의 응원 메시지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 바로 현 부총리가 간부들에게 "2~3일 이상씩은 휴가를 보장하라"고 전달했기 때문이다.
한편 현 부총리는 추석 날 고향에 가지 않고 해외출장길에 오른다. 오는 19~20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